아주 어릴 때부터 도서관을 꾸준히 다녔다.
책도 책인데 자판기 음료가 꿀맛이었다.
200원짜리 율무차가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아먹는 내가 어른스러워 보일 거라 생각해서, 그 행위를 더욱 즐기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길거리 음식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퍼졌다.
학교 앞에 파는 피카츄 돈까스가 비둘기 고기로 만들었다거나, 염통 꼬지는 찌꺼기 고기를 뭉쳐서 만든 거라거나, 자판기 안에 바퀴벌레가 살아서 더듬이로 음료를 저어준다는 그런 이야기.
그때는 그런 이야기들이 꽤나 합리적으로 들렸고 비위가 약했던 나는 그런 것들을 점점 멀리했다.
나이를 먹고는 아예 잊었다.
재택을 하는 날에는 집 앞 한식뷔페에서 밥을 먹고, 한 블럭을 크게 빙 돌아 걷고 들어온다.
무더웠던 올해 여름도 어김없이 점심 루틴을 지켜왔다.
걷는 길에 더벤티 매장이 있는데 이번 여름 시즈널 음료가 율무차였다!
율무차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꼭 사먹어야지 했지만,
그게 한 달이 넘어가고 두 달이 넘어가 벌써 겨울이 오고 말았다.
오늘 아침 찬기에 눈을 떴는데 제일 먼저 한 생각이, 오늘만큼은 율무차를 먹고 말겠다였다.
아침부터 점심 먹고 나올 때까지 율무차 생각뿐이었다.
한껏 부푼 기대를 안고 율무아인슈페너를 사서 걸었다.
기쁜 마음에 한 모금을 쭉 빨았다.
오마이갓.
너무 달아서 전력 질주로 집까지 뛰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율무 맛도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그때는 그저 달면 맛있었던 건가.
아니다! 바퀴벌레가 더듬이로 저어주지 않아서 그 맛이 안 나나 보다.
낄낄 추억이 제일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