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초복이다.
삼계탕을 먹었다.
절기는 챙기는 맛이 있다.
치킨을 뜯으며 맥주를 마실 땐, 세상이 나를 마냥 어린애로 보는 게 싫었는데,
이 더운 날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 먹고 있으니, 꽤나 고된 삶을 살고 있는 어른이 된 것만 같다.
중노년 으르신들에 둘러싸인 채 삼계탕을 먹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경험이 두터울수록 사람이 더 단단해진다고 믿는다.
최근까지만 해도 그동안 쌓아온 단단함으로 큰 타격감 없이 지내올 수 있었다.
근데 다가오는 하반기를 생각하면,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문득 두렵다.
아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경험들을 하게 될 것 같아서 지레 겁먹는 걸 테다.
올해를 넘기면 또 몇 년을 타격감 없이 살아낼 만큼의 단단함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치열한 여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