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근처에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다.
요맘때부터는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해야 하는데, 이 초록 은행나무는 한겨울이 될 때까지, 마치 상록수처럼 초록색을 유지하다 그대로 초록 잎을 떨군다.
단풍은 주로 일조량이 많은 곳부터 차례로 물든다.
그럼 이 초록은행나무가 음지에 있느냐 하면, 전혀 아니다.
해가 떠서 질 때까지, 해를 직사광선으로 쬘 수 있는, 단풍 명당자리에 혼자 떡하니 있다.
올해로 세 번째 겨울로 접어드는 데, 어김없이 짙은 녹색을 띠고 있는 나무를 보고 있자니, 고집도 이런 황소고집이 따로 없다.
겨우 뭐 이런 거 가지고 깊게 생각하나 싶지만, 작고 사소한 다른 점을 발견하는 건 즐겁고 중요한 일이다.
그런 것들이 모여 사람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더 많은 걸 볼 수 있다는 건 더 넓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 초겨울의 초록 은행나무도 꽤 근사하다고 말하면 초록이 아니라 노랑이겠지라고 대답하는 대신 그렇더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