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필요한 세 가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다들 무엇을 떠올릴지가 궁금하다.
나는 돈, 유머, 그리고 인류애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기사를 읽는데 나와 똑같은 조건을 나열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게 차승원 배우였다.
기사의 말미에서 기자가 앞으로의 목표를 물어봤던가…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는 평온한 지금의 삶이 자신에게 충분하니 자기에게 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란다는 식의 대답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전부터도 그의 행보나 애티튜드를 좋아했었는데 그 기사를 계기로 애정을 갖고 챙겨보는 연예인이 되었다.
챙겨본다고 해서 그가 출연하는 모든 드라마, 영화, 쇼 프로그램, 인터뷰 이런 걸 놓치지 않고 본다는 건 아니고,
긴 주기로 한 번씩 찾아본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종종 차승원이라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이유를 물어볼 때마다 명확히 무엇 때문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최근 나영석 PD의 유튜브 중 나불나불이라는 코너에 출연했다고 해서 두 주에 걸쳐서 오픈 된 영상을 모두 봤다.
드디어 왜 좋아하는지 이유를 댈 수 있게 되었다.
12분 22초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중에, 그는 이번 생은 이미 정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어서 그렇지 비단 결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가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아마 똑같이 말했을 것이다.
그렇게 살기로 정하고 행하는 기조는 삶에서 오는 모든 선택에서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가 살기로 한 삶이 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살기로 마음먹는 게 어떤 건지 알 것만 같다.
책임감은 희생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지키는 맹목적 신념에 가깝다고 생각해왔는데 또 비슷한 생각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으니,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가 나와 비슷한 생각 회로를 갖고 있어서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저 나이쯤 되면, 더 이상 뭐 갈구할 것도 없이 밸런스 좋은 삶을 살고 있으면 좋겠다.
2편에서는 듣는 사람의 리액션과 상관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는 그의 모습(도 나랑 비슷한 것 같다..)을 볼 수 있는데,
문명에 관한 호기심마저도 내 취향과 비슷해서 나는 즐겁게 들었다.
궁금하실 분을 위해 영상을 남겨 놓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