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의 토크쇼>를 보는 날이었다.
영화관에서 보는 공포영화는 처음이어서 긴장했다.
오랜만에 대중에 가까운 사람들이 영화관을 채우고 있었다.
포스터만 보면 그렇고 그런, 여름 맞이 공포 영화처럼 보였다.
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이 나와 같은 생각으로 이 영화를 찾았을 것이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뭔가 이상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느슨한 영화였다.
오! 흥미로운데?라고 느끼는 동시에 주위 사람들의 눈치가 보였다.
마케팅에 속았다고 생각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이 밝아지자 사람들은 육성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뭔 소리야?”
족히 열 번은 넘게 들었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왜 포스터를 그렇게 만들어놔가지고 쓴소리를 듣지였다.
그다음으로는, 포스터를 진정성 있게 만들었으면 관객의 군상이 달라서 뭔 소리야 대신 다양한 반응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였다.
이런 생각을 갖고 건물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머리를 뎅! 하고 맞는 순간이 생겼다.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커플의 대화가 들렸다.
요지는, 영화가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궁금하니 누가 해석해둔 글을 찾아봐야겠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링크들이 연결되면서 갑자기 우리 서비스가 생각났다.
매사 진정성 있게 광고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좁은 시장 = 어쩌면 확보된 고객군에게만 닿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영화도 진정성 있는 포스터를 만들었다면 범죄도시, 혹성탈출 다음인 3순위 영화가 될 수 있었을까?
아무도 모르는 예술영화관에만 걸리는 영화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진정성 있는 포스터가 무조건 영화에게 좋은 것이었을까?
그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게 맞는 길이겠지만, 그랬더라면 어쩌다 보게 되는 사람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그러다 이런 영화도 좋아하게 될 수도 있을 텐데.
생각보다 진정성은 가능성을 닫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진정성 있는 포스터를 보고 이 영화를 볼 사람들은, 포스터와 관계없이(..) 이미 봤고 평을 쏟아내고 있었다.
광고의 본질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