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유튜브에서 누군가 윤여정 님에게 조언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하는 인터뷰를 봤다.
그에 대한 답변은, 무슨 조언을 할 게 있냐며 화이트와인 마실 때 얼음에 부어마시면 더 맛있으니 그렇게 먹어보라였다.
그게 간지가 나서, 나도 나이를 먹고, 누가 조언을 구하거든 저렇게 대답해야지 했었다.
근데 그날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풋살을 마치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데, 내년이면 20대 중반에 접어드는 꼬맹이가, 30대 중반이 되는 입장에서 본인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했다.
차이가 나봐야 뭐 얼마나 차이 난다고 나참.
윤여정 님의 답변이 떠올랐지만 바로 벽을 느꼈다.
왜냐하면 꼭 말해주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조언을 안 할 수 있는 건, 마음을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어나더 레벨이었다.
괜히 윤여정 님 따라 한다고 말 안 했다가, 나중에 답답해서 카톡으로 주절거리지 않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비행기를 직항으로 타지 않아도 되고, 도미토리에서 잠을 자도 다음날 여행이 지장 없을 나이에, 최소 한 달 이상의 유럽 여행을 다녀오면 좋겠다고 했다.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것 하나가 장기 유럽 여행을 해보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다녀온 사람들은 꼭 가보라고 하거나, 생각만큼 대단한 건 아니라는 식의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반면,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은 국내에도 갈 곳이 많다고 한다거나, 해외여행은 사치라고 하는 등,
자기가 여행을 안(못) 하는 이유를 합리화하거나,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하는 좋은 말에 딴지 거는 말을 하기 때문이다.
가지 않아서 좋은 부분에 대한 말을 하는 사람은 통 못 봤다.
이제는 잠도 좋은 곳에서 자야하고, 비행기도 직항을 타야 하고, 단적인 예로 파리까지 가서 3일 내내 바게트만 먹으며 구경을 다니기엔 컨디션이 받쳐주지 않는 등, 여러 이유로 패기 넘치는 장기 여행을 할 수 없게 되어 무척 아쉽다.
돈 열심히 벌어서 호화스럽게 다녀와야지.
여하튼 이게 가능한 젊은 친구를 보니, 조언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언의 탈을 쓴 나의 아쉬움을 토로하고 나니, 대체 몇 번의 조언을 더 거듭해야 조언을 안 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를까 싶었다.
오늘은 실패했지만 다음 조언 요청에선 쿨하게 대답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