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자전거 점검을 받게 됐다.
L이 전체 점검을 받은 곳이었는데, A가 가야 할 일이 생겨 가게 됐고, A를 기다리다 나까지 하게 됐다.
이런 것도 혼자 알아보려면 한세월인데 무슨 낙수효과마냥 수혜를 받고 있다.
(매번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세상에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사장님이 엄청나신 분이었다.
50년간 자전거를 타셨으니 경력에서부터 게임 끝이다.
점검은 10분 만에 끝났지만 장장 두 시간 동안 연설을 들었다.
레퍼토리가 끝도 없겠구나 싶어 “사장님 최고~ 감사합니다~”라며 대화를 종료해 보려고 했지만, 훨씬 더 대단하신 분이었다.
나와 A의 말을 가로막고 방대한 양의 정보를 속사포로 쏟아내셨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은 “차를 팔아 자전거를 사는 사람이 정상이다”였다.
자동차를 사는 게 수명을 늘리는 일이 아니지 않냐며 사람의 건강은 허벅지로부터 온다고 자전거에 갓 입문한 우리를 칭찬하셨다.
그러다 차를 팔아 더 좋은 자전거를 사신 손님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다.
자전거를 너무 타고 싶은 나머지 여자친구에게 야근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한강 라이딩을 하다 딱 마주쳐버렸다고 한다.
자전거가 이렇게나 매력이 있는 운동이라며 건강하게 타는 자세를 알려주시겠다고 시범을 보여주셨다.
이런 식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그의 자전거 사랑은 자전거를 타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고 안장통이 덜 한 안장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6년 동안 만드셨다면서, 얼마냐고 묻는 질문엔 대답도 않고, 안장통의 원리를 설명해 주셨다.
통증의 원인은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마찰과 압력인데 안장통은 이 두 가지가 다 해당되는 통증이라, 마찰과 압력을 줄여주는 방식을 고안해냈다며, 영업인지 자랑인지 모를 이야기를 하며 이 외에도 자신이 아는 모든 자전거 지식을 전수해 주셨다.
농담이 아니라 자전거학 학사 졸업은 했다.
간혹 만나게 되는 괴짜들은 언제나 말이 많다.
알고 있는 것도 많고 자신의 분야에 대한 사랑도 너무 커서 그걸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전력을 다한다.
나랑 상관없는 말이 과반이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게 언뜻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평범하고 합리적인 대화만 주고받다가 한 번씩 괴짜를 만나면 환기가 된다.
이런 세계도 있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하며 사고의 바운더리를 확장할 수 있다.
조금 진이 빠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예상치 못한 명강의를 듣다 퇴근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저녁때도 놓쳐 무지 피곤했지만 덕분에 정말 멋진 노을을 봤다.
너무 예뻐서 배가 고픈 것도 피곤한 것도 싹 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