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뭐가 됐든 조금이라도 번거로우면 바로 놔버린다.
그만큼 꼭 하고 싶은 것도 많지 않고, 당장 조금 귀찮은 게 나중의 큰 기쁨보다 크다.
자전거 타기가 얼마나 번거로운 일이냐면,
집 대문을 열고, 베란다 문을 열고, 자전거를 들고, 두 층을 계단으로 걸어 내려와야 한다.
자전거를 한 손으로 잡고, 공동 현관을 열고, 자전거를 꺼내고, 다시 공동현관 문을 닫으면,
드디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다.
돌아올 때는 이 과정을 반대로 해야 한다.
자전거는 나의 귀차니즘을 물리친 첫 취미다.
고물 자전거를 타고 보문 호수를 돌았던 거나,
따릉이로 이대-군자 출퇴근을 했던 것도,
내가 절대 할 법한 행동이 아닌데,
로드 자전거를 만나고 확실히 알았다.
나는 자전거를 정말 좋아한다.
안전하게 오랫동안 할머니 되기 직전까지 타야지.
이제는 비가 오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내일 자전거 출근해야 하는데 땅이 안 마르면 어떡하지다.
이렇게까지 중독될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