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8월 24일

읽을만한 글쓰기

By In DAILY

커피 머신을 집에 들이고 카페에 발길을 거의 끊었다.
그렇지만 주말만 되면 꼭 가게 되는 카페가 있다.
카페 베르비에라고 상암 MBC 건물 지하에 위치해 있다.
특이하게 4개 메이저 카페의 원두를 떼다 판매하는 곳이다.
늘 테라로사 라떼를 시키지만, 다른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카페를 계속 찾게 된다.

거기엔 리브레 커피도 있는데, 카페 오른쪽 벽에 걸린 커다란 대시보드에 리브레에서 발간하는 매거진을 붙여둔다.
커피가 나오는 동안 매거진을 읽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짧은 글 다섯 개가 있는데, 베르비에를 자주 가던 시절에는 일부러 하나씩만 아껴 읽었었다.
이제는 방문 주기가 길어져, 커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들고 글들을 다 읽고 나왔다.

오늘은 마침 인상 깊었던 대목이 있었다.
마지막 글의 마지막 문단이었다.
“오기로 한 것을 기다리는 것은 차라리 쉽습니다. 무엇을 기다려야 할지조차 스스로 정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에게 주어진 고난도의 기다림이겠지요. 우리는 생산자와 상생하는 지속 가능한 세상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이 기다림은 분명, 미래를 현실로 끌어올 겁니다.”
딱 지금의 내 상황을 말하고 있었다.
나도 이런류의 글을 일기로 남겼었던 것 같은데?
그때 쓴 일기를 찾아 읽어보니, 현재의 내가 읽어도, 현재의 나에겐 해당 없는 과거의 내 이야기처럼 읽혔다.
여전히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현재의 내가 읽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읽는 사람을 위한 글은 길어야 하는 줄 알았다.
짧은 일기는 어차피 독자를 위한 글이 아니기 때문에 훌렁 써도 된다고 여겼다.
열 문장 내외의 읽을만한 글을 읽고 나니 그동안의 막연한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
몇 년 동안 읽어오던 글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읽는데, 오늘에서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건 이제 때가 됐다는 뜻이 아닐까?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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