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14일

일탈인가?

By In DAILY

큰소리 나는 게 싫어, 언제나 반항은 한 번의 시도에 그쳤다. 전형적인 찐따 범생이었다. 쉬는 시간에는 축구를 하거나, 공기놀이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친구들의 학원 수학 숙제를 대신 해줬다(자의로). 조용하고 얌전한 타입보다는 왈가닥에 가까웠지만, 선생님이 조용하라고 소리 지르실 때 애들이 조용해지지 않으면 “쌤이 조용하라자나~”라고 소리 지르는 쪽이었다.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정말 큰소리가 나는 게 싫어서였다. 가출도 해본 적 없고, 일진 친구들은 나랑 안놀아줬고, 바른 생활을 하는 어린이가 멋진 어린이라고 최면을 걸고 살았기 때문에 일탈의 일에도 다가가지 않았다.

이런 성격을 가진 어린이었지만 두 번 정도, 일탈에 가까운, 사고를 쳤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성인지 감수성이 낮았던 20년 전에는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의 브라끈을 잡아당기고 도망가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놀이가 있었다. 그때 나를 조금 심하게 괴롭히던 남자아이를 심하게 응징했었다. 친구를 때리면 안된다는 걸 알았지만 그때는 참을 수 없었다.

두 번째는 6학년 시험기간에 벌어졌다. 전교시의 시험지가 선생님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첫 교시를 치르고, 쉬는 시간이 되었는데, 선생님께서 농담으로, 책상 위에 놓여있는 시험지 본 사람 없냐며 이런 걸 슬쩍 보는 장난도 치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셨다. 약이 올랐다. 어떻게 시험에 마음을 졸이는 학생들에게 그런 농담을 할 수 있지? 그렇게 하신 말씀에 책임을 지실 수 있나? 시험지를 봐야겠다는 결론이 났다.

2교시 시험을 치르고, 선생님께서 시험지를 수거하여 교무실로 가신 사이에, 선생님 책상 앞으로 가서, 다음 교시 시험지를 봤다. 당연히 머지않아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시험지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셨다. 황당해하셨지만 곧바로 야단을 치셨다. 나는 선생님이 보라고 말씀하셔서 그랬다고 지지 않고 응수했다.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위를 하고 싶었다. 어쨌든 잘못을 한 나는 50분 중 30분을 뒤에 나가 손을 들고 서있었고, 20분 만에 시험을 봐야 하는 벌을 받았다. 그 뒷교시에는 아예 교실을 나와 계단에 앉아있었다. 나름의 보이콧이었다. 그리고 나선 크게 혼났던 기억이 없는걸 보면 선생님이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잘 타일러주셨었던 것 같다.

써놓고 보니까 일탈이 아니라 시트콤이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