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에 깨서 4시까지 방 구석구석을 노려보다 잠들었다.
모기 소탕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다섯방이나 물렸다.
가을바람이 시원하니 에어컨과 선풍기를 켜는 대신 온 창문을 열어두고 잔 것이 화근이었다.
자기 전 에어컨을 틀고 비염을 키울지, 시원해진 날씨를 믿고 문을 열지 고민했었다.
하루 종일 코를 삑삑 거리는 것보다 차라리 모기 물리는 게 건강하다고 생각했건만.
새벽에 결국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트는 바람에, 모기에게도 물리고 코도 삑삑거리게 되었다.
모기에 예민한 이유는 알러지가 있기 때문이다.
A는 페퍼로니가 붙었다고 놀리다가 허벅지 절반을 넘게 부어오르니,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하루 정도 뜨끈뜨끈 달아오르며 간지럽다가 이튿날부터 진정된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문제는 따로 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사실이다.
가을바람의 유혹에 새벽녘의 스트레스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팔뚝에 두 개, 발가락에 하나, 허벅지에 하나, 목덜미에 하나, 총 다섯 개의 페퍼로니를 달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밤바람이 시원한데 오늘은 모기가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구더기가 무섭다고 장을 못 담그면 안 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