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종로로 출근해서 종로 스튜디오에서 볼일을 다 보고 오전 9시 30분 전에 당산으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했다.
하루를 가득 채워 보냈지만 끝내지 못한 일들이 눈에 밟혔다.
그렇지만 오늘은 중요한 날이었다.
바로 맛있는 저녁과 즐거운 2차가 있는 월간저녁!
거의 매일 야근을 했던 상암 오피스 시절 셋이 만든 문화다.
한 달에 하루는 저녁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삶을 살자며 월간저녁을 했다.
그 시절의 월간저녁은 대화의 장이었다기보다는 컨디션을 살폈던 시간이었다.
이제는 그렇게까지 몸을 축내가며 일하지는 않아서(못해서) 월간저녁이 없어져도 될 법하지만,
맨날 일만 하고 일 얘기만 하는 우리가 잡담을 나누는 날로 정했다.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건 중요하니까.
여전히 일 얘기가 거의 대부분이긴 하지만 일 이야기 사이사이에 요즘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최근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무엇이 있는지, 서로의 특징으로 시답잖은 농담을 만들어 주고받는다.
회의를 할 때는 정량적인 목표나 꿈을 설정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는데 월간저녁은 날 폭주하게 만든다.
아~ 될 것 같은데? 백만장자 코앞인데? 76만 명 뭐 하는지? 그중 만 명만 충성고객으로 전환시키자?
터무니없는 말들도 계속하다 보면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우리는 지금까지 무리스러운 목표를 세워놓고 당시에는 말도 안 된다고 웃어넘기지만 막상 정신 차리면 이뤄내고 있기 때문이다.
참 신기하게도 월간저녁은 여느 회의보다도 큰 생각을 안고 돌아가게 만드는 자리다.
다음 달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