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7월 15일

울창해진 그림자

By In DAILY

나는 겨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몸이 꽝꽝 얼어서 개운하지가 않다.
분명 겨울에 키는 기지개는 여름의 기지개보다도 짧을 거다.
하지만 그런 겨울에도 내가 좋아하는 게 있긴 한데 바로 겨울나무다.
이파리가 하나도 달려있지 않은 나무는 공간감과 균형감이 있다.
바람이 불면 가지들끼리 부딪히면서 내는 도각 거리는 소리도 좋다.

오롯이 해를 받을 수 있는 겨울이 지나가는 걸 나무 그림자로 알 수 있다.
걸을 때 구름이 낀듯한 느낌을 받으면 나무 이파리가 내 손바닥만해진 여름이 왔다는 뜻인데
좋아하는 계절이 왔지만 해 방향으로 잎이 쏠려 뭉터기진 나무들을 보아야 한다.
하지만 따가운 해를 피해 나무 그늘 아래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내가 싫어하는 못생긴 그림자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러니까 세상에 마냥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없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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