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6월 15일

운전을 시작한 이유

By In DAILY

도수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정형외과는 차로 5분,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다.
무조건 차로 가는 게 나아 보이지만 마냥 그렇진 않다.
지하 주차장과 병원 건물이 이어져있지 않고, 지상으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도 건물 반대편 쪽에 있다.
주차장에서 병원을 가려면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올라온 후 광장을 가로질러서 병원 건물로 들어가야 한다.
4분 정도 걸린다.
이것도 B1에 주차 자리가 있을 때 얘기지 자리가 없어 B2로 내려가야 하면 더 오래 걸린다.
건물 구조가 정말 이상한 게 B2에서 바로 지상으로 올라올 수가 없다.
주차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하필 그 엘리베이터는 지상으로 올라오는 계단과 정반대에 있다.
그러니까 B2에 주차를 하게 되면 B1으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고, B1에 올라와서는 주차장을 가로질러야 지상 계단에 다다를 수 있다.
차라리 걸어서 병원을 다니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여기에다 애매한 상황이 추가되었다.
각자 치료해 주시는 치료사 선생님의 사정에 의해 A의 진료가 1시,
나의 진료가 1시 30분으로 나뉘게 되었다.
이게 왜 애매하냐면,
만약 나의 진료 시간이 A의 진료 시간보다 빨랐다면,
A가 운전을 해서 병원 앞에다가 나를 먼저 내려주고,
차를 대고 오면 시간이 넉넉하게 딱 맞는데,
내가 운전을 못하니 A 혼자 차를 갖고 병원에 가거나, 둘 다 각자 시간에 맞춰 걸어가야 한다.

옛날이었다면 그랬겠지.
그러나 이제 나는 운전을 할 수 있게 됐다. (7일차 드라이버)
용감하게 내가 너를 병원 앞에 내려주고 지하주차장에 알아서 차를 대겠노라 선포했다.
A는 내가 혼자 지하 주차장을 내려가 보겠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어 보였지만,
그렇게 하는 게 효율적이니까 그래보자고 했다.

A를 병원 앞에 내려주는 것 까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하는데 커다란 트럭이 한 차선을 다 물고 공사를 하고 있었다.
옆에서는 세상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지, 한 차선으로 차들이 빠져나가고 들어가고 있지, 혼자 운전하는 건 처음이지, 내 뒤로 차가 두 대나 따라오지, 말도 못 하게 긴장이 되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스튜디오 문의 전화였다.
1시부터 사용하기로 한 분인데 12시 55분에 전화가 온 것이다.
이건 당장 받지 않으면 다음 콜백에서 화에 신경질까지 얹어진 고객의 극대노를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스피커폰으로 틀어놓고 주차장으로 진입하면서 통화도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B1에 자리가 없었다.
원래라면 차라리 차를 두고 올 걸 했겠지만, A는 병원 앞에 내려줬고 마침 나는 시간이 넉넉한 상태가 아닌가?
B2에 차를 대고 진료까지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내가 운전을 해서 무사히 돌아왔다.

물론 휠을 두 번이나 긁을 뻔했고,
주차권을 드려야 할 때 차를 너무 멀리 대서,
표 받으시는 분도 나도 모두 창문 밖으로 상체를 다 내밀고 손가락까지 다 뻗은 천지창조 자세로 가까스로 주차권을 건네긴 했지만,
오랜만에 자기효능감을 제대로 느꼈다.
얼른 더 숙달돼서 A가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에도 사무실에 차를 끌고 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지금은 A가 저녁에 약속이 있으면 내가 몰고 돌아오기는 길이 험해서 지하철 출퇴근함)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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