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새로운 피자집이 생겼다.
그동안 그 자리에 다양한 가게가 들어왔었는데 모두 1년을 못넘겼다.
괜히 여기도 곧 없어질것 같아 짠한 마음으로 보고 있었다.
지난 주말 저녁, 먹고 싶은 음식이 딱히 없어서, 그 피자집에 갔다.
정확히 말하면 걷고 있었는데 옆에 있길래 들어갔다.
일단 앉자마자 편해서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마음에 들었다.
적당히 푹신하고 단단한 의자와, 알맞은 높이의 테이블, 그리고 옆 자리 손님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시끄럽지 않을 정도의 음악소리가 좋았다.
그 집 이름을 딴 피자와 사이드와 술을 시켰다.
고개만 돌려 가게 구경을 끝내고, 멍하니 앉아서 음식 나오길 기다리던 그때, 추억의 음악이 나왔다.
상암에 처음 이사와서, 처음 티비를 연결하고, 처음 보기 시작한 미드 <빅 리틀 라이즈>의 OST였다.
전주가 5분이나 되는 지루한 노래를 어떻게 가게에다 틀 생각을 했지하며 우연을 즐겼다.
마침 피자가 나왔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피자였다.
나는 피자 도우를 좋아하는데 도우가 쫀득하니 맛있었다.
심지어 피자까지 맛있다니.
다음 노래가 나왔는데 아론 테일러의 HOME이었다.
사무실이 종로에 있던 시절, 퇴근할 때 차에 타자마자 틀던 노래였는데, 아니 이런 우연이 있나.
우연이 맞나? 하는데 다음 노래가 나왔다.
Moonchild의 노래였다.
Moonchild는 집중을 해야 할 때 트는 음악 TOP 3 중 하나다.
말도 안 돼.
나는 그 피자집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됐다.
취향이 통한다는 게 이렇게나 무섭다.
오랜만에 고등학생처럼 발을 동동 굴렀다.
오늘 노동요를 틀려고 유튜브에 들어갔는데 Moonchild 앨범이 떴다.
주말의 해프닝이 떠올랐고 피자가 먹고 싶어졌다.
부디 없어지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