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사무실을 스튜디오로 다시 전환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주 수요일 서버 이사를 끝으로 종로 사무실에 있던 모든 사무 집기들이 빠져나왔다.
정리만 하면 바로 스튜디오로 운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원래 어제의 계획은 종로 스튜디오로 출근해서 나머지 청소를 한 후 청소 메뉴얼까지 완성하는 것이었다.
마침 A도 종로에 미팅이 잡혔고 월간 공유 자료도 마감이 코앞이어서 틈틈이 치우다 만들다 하면 하루를 알차게 쓸 수 있겠다 싶었다.
게다가 저번에 청소를 거의 다 해두었기 때문에 전혀 무리스러운 일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침에는 팟캐스트 녹음을 하고, 종로에 예정했던 시간에 도착해서 스튜디오 보수공사에 착수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롤러 페인트를 시켜봤는데 꽤 효과가 좋았다.
다만 한 번 만에 검정 얼룩이 지워지지 않아서 두 번 이상 칠해야 하는데 그 텀을 두 시간이나 둬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그동안 다른 일을 하면 되니까 이 정도쯤이야.
사무실로 사용했다 보니 인터넷 선이 외부로부터 들어와야 했고 내부에서도 두 방 벽을 뚫어 통과시켜야 해서 생긴 커다란 구멍이 두 개가 있었다.
아뿔싸.
꼴랑 페인트 하나만 가져왔는데.
롤러 페인트에 동봉되어 있던 얇은 마스킹 테이프와, A가 미팅에 가져갈 서류들 중 필요 없는 서류를 찾아 구멍 사이즈에 맞춰 오리고 벽에 붙였다.
그 위에 롤러 페인트로 슬슬 칠했다.
2시간을 못 참고 30분 만에 여러 겹을 발랐더니 종이 부분이 젖어서 움푹 들어갔다.
황급히 페인트칠을 멈추고 마르길 기다렸다.
그랬더니 꽤 그럴싸해졌다.
카페트 방 서버 랙 아래 있던 검정 얼룩을 지우기 시작했다.
카페트 강력 세정제를 이용해서 벅벅 문지르는데.. 어라..
세정제를 뿌려놓고 2분 후에 문지르래서 그렇게도 해보고, 바로 문질러도 보고, 10분을 둬보기도 했는데, 그대로였다.
가위로 검정 털들을 숱쳤다.
검정색을 회색으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지만 적당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만하면 뭐.
화장실 청소도 했다.
역시 무탈하군 하면서 스튜디오로 돌아왔는데 새카매진 하얀 신발장이 눈에 띄었다.
… 화장실 청소하기 전에 신발장부터 닦고 할걸.
어차피 신발 올려두면 다시 더러워지는데 굳이 신발장을 닦아야 할까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스튜디오가 깨끗해지니 옥에 티가 옥보다 커 보였다.
신발장을 갖고 화장실로 갔다.
깨끗하게 닦아 놓은 화장실 바닥에 구정물과 뭔지 모를 입자들이 둥둥 떠다녔다.
바닥 정도는 샤워기로 훑으면 되지 뭐.
A의 미팅은 간단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2시에 떠나 4시가 넘어서야 돌아왔다.
CCTV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는 일도 생겼다.
공유기를 새로 사서 달기로 했다.
이대로 스튜디오 오픈이 밀리는구나 하며 풀죽어 집으로 돌아갔다.
그랬는데 오늘 문득 스튜디오 오픈이 왜 밀리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청소 매뉴얼을 못 만들어서? -> 가면 되지.
CCTV를 실시간으로 못 봐서? -> 30분 단위로 녹화본 확인하면 되지.
예약받고 계산서 발급하는 자동화 시스템 기획 못 끝내서? -> 원래처럼 DM으로 하면 되지.
오픈하고 하나씩 하면 될 일들인데 왜 주저하나 몰라.
이런 마음이 들었을 때 기세를 이용하기로 했다.
꺾이면 언제 또 풀 죽게 될지 몰라서 질렀다.
스튜디오 오픈했다고 인스타그램에 공표했다.
못 먹어도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