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저녁 회식을 하는 날이었다.
회사 근처 고깃집에 갔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져서, 가게 밖 공용 화장실을 갔는데 심하게 지저분했다.
원래라면 가게 화장실을 가보지도 않고 사무실로 향했을 텐데, 너무 별난 거 같아서 가게 화장실을 이용해 보려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간 거라, 일단 살이 닿는 곳에 물을 뿌려 닦았다.
심호흡을 했고 앉기만 하면 됐는데 도무지 앉을 수가 없었다.
한숨을 푹 쉬고 사무실로 향했다.
이걸 두 번이나 했다.
겨우 화장실 못 간 거 가지고 이러나 싶겠지만, 비단 화장실 뿐이겠냐는거다.
살면서 알게 모르게, 가리는 것들 때문에, 눈앞의 화장실을 두고 사무실까지 멀리 돌아가고 있겠지.
싫은 건 조금도 용납이 안되는 게, 결국 증폭되어 빡빡하고 너그럽지 못한 마음을 만든다.
근본적인 원인은 이놈의 예민함일 테고.
타고난 성정이라 줄일 순 없을 테니, 적당히 모른체하는 근육을 기를 일이다.
그러다 보면 진심으로 모르게 될 수 있겠지.
원효대사 해골물을 터득하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