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신촌으로 출퇴근할 때, 점심으로 가장 많이 먹었던 메뉴가 김밥이었다.
신촌기차역 바로 앞에 자리한, 내 자취방만큼 작았던 가게에서 사장님은 그 어느 김밥집보다 커다란 김밥을 만들어냈었다.
김밥으로 어떻게 점심을 떼우냐고 그러던 시절이었는데 영미김밥은 훌륭한 한끼 식사였다.
그만큼 크기도 컸고 재료도 알찼고 무엇보다 정-말 맛있었다.
가장 좋아했던 김밥은 새우튀김 김밥이었다.
김밥 하나에 새우튀김이 두 개가 들어가는 곳이 또 있을까?
양쪽 김밥 꽁다리에 새우 꼬리가 튀어나올 정도로 큰 새우튀김이 두 개나 들어간 김밥이었다.
그것 말고도 멸치 견과류, 크래미 마요, 매운 진미채 등 메뉴도 다양했다.
김밥집이니 당연히 김밥이 시그니처지만 나에게 시그니처는 사장님이었다.
주로 포장을 했었다.
회사 사람들이랑 같이 먹는 점심이어서 매번 네다섯 줄을 주문하고 김밥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렸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을 가다 보니 사장님 내외분과 친해졌다.
오늘은 왜 새우튀김 안 먹냐고도 물어보시고, 주문이 좀 밀렸는데 앞에 들어온 주문 먼저 하고 해줘도 되냐고도 하시고, 그러다 어떻게 김밥집을 하게 되었는지, 영미라는 이름을 왜 쓰게 되었는지, 메뉴판은 누가 디자인했는지 개인적인 이야기도 종종 나누었다.
처음엔 김밥집이 맞냐며 사람들이 머리만 넣고 기웃거리는 곳이었는데 나중에는 그 좁은 곳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그 당시에 키오스크를 들여놓으셨으니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1-2년 정도 꾸준히 김밥집이 오픈하고부터 회사가 이사 가기 전까지 다녔다.
그때는 어려서 인사하고 떠날 생각을 못 했다.
언젠가 근처에 오게 되면 들러야지 생각만 했다.
그렇게 4년이 흘렀는데 마침 주말에 근처에 갈 일이 생겼다.
이른 저녁으로 영미 김밥을 먹으러 갔는데 세상에!
규모가 3배는 더 커졌다.
늘 먹던 김밥에 새로 나온 분식 메뉴까지 하나 주문해서 자리에 앉았다.
요리할 공간도 크게 분리되어 있고 번호가 뜨는 LED 간판에 퇴식구까지 생겼다.
저 멀리 배식구 쪽에 사장님이 서 계셨다.
여전히 계시는구나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통 못 알아보시는 눈치셔서 가서 인사를 드릴까 하다 말았다.
우리 번호가 LED 간판에 띵동 하고 떴다.
김밥을 픽업하러 가는데 사장님께서 “어디있다 왔어!”라고 하셨다.
웬일이야.
“저희 기억하세요?”라고 했더니 “왜 못알아봐!!!”라고 소리치셨다.
음료랑 분식메뉴는 왜 따로 주문했냐며 그냥 만들어 줘야하는데 쫄면이라도 하나 더 만들어줄까 물어보셨다.
급기야 우리자리로 오셔서 그동안 밀린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우리가 가게에 들어오는데 처음엔 긴가민가했다면서 아저씨 사장님은 잠깐 볼일 보러 나가셨다고 계셨으면 반가워했을 거라고 아쉬워하셨다.
두 분이서 우리의 안부에 대해 궁금해서 대화도 나누셨다고 했다.
왜 애들이 통 안 오지, 무슨 일 있나 싶었다며 말도 안 해주고 어디 갔다 왔냐고만 반복하셨다.
안 오는 동안 가게 커졌지 하며 웃으시는데 너무 고생하셨겠다 싶어서 찡하댔더니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셨다.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면서 다 잘 돼서 좋겠다고만 한다고.
하도 좁아서 좌우로 밖에 못 걸어 다니던 공간을 안 와봐서 그런 거라 했더니 어떻게 기억하냐며 좋아하셨다.
김밥이 여전히 똑같이 맛있다고 어떻게 똑같냐고 했더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재료가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이 외에도 정말 좋은 소식을 많이 말씀해 주셨는데 대외비라서 나중에 모두가 알게 되면 그것에 대해 얼마나 감명을 받았는지 꼭 글을 쓸 것이다.
김밥을 다 먹고 나갈 채비를 하며 계속 여기 계셔야 해요 했더니 우리가 애기 데리고 올 때까지 있을 거라고 하셨다.
어우~ 평생 계시겠네 웃으면서 김밥집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