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덕분에 손열음 콘서트에 갔다.
듄 1 돌비를 취소하고, 손열음 단콘을 취소하고, 권진아 콘서트를 취소했던 역사를 뒤로하고,
이제는 너가 안 간 대도 나는 혼자 가겠다며 A가 선언했었다.
(이미 고상지 공연은 A 혼자 다녀왔다.)
그러고 나니 이번엔 가고 싶어졌다..ㅎ
그래서 갔고 너무 좋았고 과거를 반성했고 집순이 타령은 집어치우고 잠자코 따라다니기로 했다.
연주는 역시나 좋았다.
사실 학교(예대) 다닐 때 재단에서 일했던 터라 이런 클래식 공연을 볼 기회가 많았고, 많이 봤고, 그래서인지 연주 자체만으로는 큰 감흥이 있지는 않았다.
그랬는데 이후 벌어진 상황에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손열음님과 스베틀린 루세브님이 기립하여 인사를 하는데 사람들이 우루루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오마이갓.
인사하는 사람을 등지고 허겁지겁 나가는 꼴이라니.
롯데콘서트홀이 2천석 정도 되는 규모인데 엘리베이터가 4대 밖에 없어서 공연이 완전히 끝나고 모든 인원이 빠져나가면 혼잡스러울것을 대비해서 다들 미리 움직였을 것이다.
아마도.
아니면 예약해둔 차편이 있을 수도 있고 뭐 여러 사유가 있겠지.
뭐가 됐든 꽤 많은 인파가 나가는 모양새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괜히 내가 다 부끄럽기도 했다.
연주자 두 분이 대기실로 들어갔고, 나갈 사람들은 계속 나갔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앵콜을 원한다는 듯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역시나 두 분이 다시 등장하여 앵콜곡을 연주하셨다.
그리고 다시 기립하여 인사를 하고 대기실로 퇴장하셨고, 또 나갈 사람들은 나갔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계속 박수를 쳤다.
그랬더니 다시 나오시는 게 아닌가!
나가려던 사람들은 엉거주춤 근처 의자에 다시 앉았고 앵앵콜이 시작되었다.
곡이 끝나고 연주자들이 인사를 하니 또 그 인사에 맞춰 사람들이 퇴장하기 시작했다.
앵콜 두 곡 정도면 공연이 완전히 끝났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근데 웬걸.
퇴장했던 연주자들이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이때부터 남아있던 관객들은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또다시 앵콜곡이라니.
게다가 클래식을 듣지 않는 사람이라도 알법한 라 캄파넬라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손열음 표 라 캄파넬라는 정말 유명하니 안 들어보셨다면 꼭 들어보시길.)
클래식곡 연주가 시작되는데 사람들이 꺅! 소리 지를 정도로 분위기가 후끈해졌다.
이걸 세 번을 더 반복하고 나서야 공연이 마무리되었다.
공연이 진짜 끝나는 걸 보고 나가겠다고 마음먹은 관객들은, 진짜 공연이 끝났음에도 자리를 쉽사리 뜨지 못하고 박수를 쳤다.
빈 무대에 긴 박수갈채가 이어지는 것도 장관이었다.
박수를 끝까지 치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그저 내 본분을 다하고 박수를 치는 사람들에게만 집중하면 될 일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