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를 잔뜩 부리던 어린 시절에는 머리카락 하나 삐쭉 튀어나오면 멋이 안 살아서 바로 미용실을 갔고,
어디 여행 간다고 하면 매일매일 착장을 다르게 세팅해서 (신발까지 다양하게) 짐을 챙겼고,
몸무게가 조금이라도 늘면 관리한답시고 밥을 굶기도 하고,
팩트나 립도 해외여행 가는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면세로 좋은 거 사다 쓰고,
눈썹도 베네피트 브로우샵가서 정리하고,
향수도 신상품 나오면 시향 하러 쫓아가고,
립도 예쁜 색 눈여겨봐뒀다가 백화점 가서 발라보기도 하고,
신발도 로퍼나 워커만 신고,
또 뭐 했더라.
여하튼 옛날엔 아~주 부지런히도 살았었는데 이제는 모자만 푹 눌러써버리고 만다.
그래도 아직 간지를 다 놓지는 못해서 대신 예쁜 모자를 쓴다.
내일은 모자를 쓰고 갈 수 없는, 결혼식이 있는 날이라 오랜만에 머리를 잘랐다.
머리를 감겨주실 때, 미용실 가는 걸 즐겼던 과거가 떠올라 언제 귀찮은 일이 되었는지 새삼 놀랬다.
바쁜 어른으로 잘 크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