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 사는, 알고 지낸지 가장 오래된 친구인 윤경이가, 또 급방문했다.
그럴 수 있는 사이다.
잔뜩 지저분해진 집에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비밀번호도 선뜻 알려줄 수 있다.
그러면 윤경이는 마치 집주인처럼 맞이해준다.
어제는 저녁 운동이 있는 날이라 윤경이가 먼저 집에 도착했다.
운동이 끝나고 집에 도착해 문을 열기 위해 비밀번호를 누르려는데 갑자기 문이 퍽 열렸다.
열린 문 사이로 눈이 마주쳤고 이유 없이 빵 터졌다.
얼굴을 쓱 살폈는데 윤경이가 속눈썹 펌을 예쁘게 하고 왔다.
바로 장난을 쳤다.
“지네 두 마리를 붙이고 왔네~”
철딱서니 없을 때부터 친구였던 애를 만나면 세상 유치해진다.
스스로도 수치스럽지만, 멈출 수 없이 치게 되는 장난들이 있다.
똥방구는 물론이고, 씻으라고 타박한다거나, 태어난 월을 따지며 언니라고 부르라고도 했다가, 열심히 서울말을 쓰는 경상도 친구에게 사투리는 언제 고칠 거냐 시비도 건다.
그렇게 별거 아닌 걸로 아웅다웅하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난다.
20대에는 새벽 2-3시가 거뜬했는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12시가 넘어가니 장난칠 기운도 사라졌다.
씻고 누워서 수다 떨자 그랬지만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다.
하필 오늘은 아침 7시 30분까지 출근하는 날이어서 집을 일찍 나서는데, 잠옷 바람의 윤경이가 잠이 덜 깬 얼굴로 배웅해 줬다.
며칠 더 지내다 가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