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7월 25일

시카고 (2002)

By In MOVIE

사촌언니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취향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모두가 좋아하는 비욘세를 덩달아 좋아하지 말라며 시에라의 Like A Boy를 보여줬다.

하루는 <시카고> DVD를 건네면서 ‘미국’과 ‘human-being’에 관한 이야기니 꼭 보라고 했다.
한글 자막은 없지만 뮤지컬 영화라 음악이라도 들을 수 있을 거란 말을 덧붙이면서.

영화란 자고로 권선징악과 같은 교훈을 담아야 하거늘.

무조건 멋진 등장인물이 한 명쯤은 등장해서 정을 붙여야 하는데,
이놈의 영화는 죄 구린 캐릭터들 밖에 없고 게다가 살인을 저지르고도 무죄 석방되는데 감사할 줄도 모르는 터무니없는 이야기였다.
언니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어린 동생에게 이런 영화를?
듣던 대로 미국은 개방적인 동네구나 했다.

어쨌든 음악은 좋아서 고요한 방이 적적할 때마다 틀어뒀다.
DVD가 테이프였다면 아마 늘어졌을거다.
어느 날부터인지 화려한 껍데기가 익숙해지면서 구차한 안간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human이 아니라 human-being이라고 했구나.
언니는 누가 알려준 걸까.

언니가 생각날 때 으레 의식처럼 보기도 하고 반대로 음악이 듣고 싶어 보다가 언니 생각을 하기도 한다.
<시카고>가 꼭 미국의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언니의 시간과 나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고 있다.

몇 달 전부터 여기저기 시카고 25주년 기념 내한 공연 광고가 번쩍거렸다.
고민만 하다 슬쩍 A에게 볼까 물었더니 덥썩 표를 구해줬다.
뮤지컬 배우들의 미국 향수 냄새가 공연 내내 진동했고 두 시간이 정신없이 흘렀다.

and all that jazz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