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뜨자마자 무작정 해변으로 향했다.
네모 반듯하게 생긴 이 도시는 길도 잃을 수 없을 만큼 간편했다.
비린내가 나지 않는 바다는 처음이었다.
습하지도 않고 짠내도 없었다.
내가 알던 바다와는 너무 달라서 어떻게 비린내가 나지 않느냐고 계속 되물었다.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웃통을 벗고 몸을 지지고 있었다.
내가 누울 곳은 바로 여기구나.
멀지 않은 시일 내에 꼭 나도 지지겠다고 다짐했다.
3일 동안 날씨가 끝내주게 좋았던 덕분에 못한 게 하나 있다.
내가 꼭 보고 가고 싶은 것 중 하나는 노을인데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엔 노을이 생기지 않는다.
전구 스위치가 꺼지듯 하늘이 어두워질 뿐이다.
통 볼 수 없던 구름이 수평선을 따라 떠 있었다.
해질녘에 다시 또 가야지.
모래사장 위에 앉아, 지는 해를 보고 갈 것이다.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다.
뭐가 그렇게 좋을까.
그게 뭐가 됐든 상관없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니까.
어쩌다 눈이 마주쳐도 황급히 피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같이 씩 웃으면 된다.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꿋꿋이 웃는 얼굴로 살아봐야겠다.
[…] 드디어 노을을 보러 갔다.일몰 시간을 체크하고 30분 정도 넉넉하게 도착하는 일정으로 바르셀로네타 해변으로 향했다.구름이 적어 살짝 불안했지만 믿음을 갖고 기다렸다.해는 지는데 하늘의 색이 영 시원찮았다.주황색도 아니고 하늘색도 아니고 미적지근한 상태가 일몰 이후에도 이어졌다.5분만 기다려보자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포기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