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를 자를 땐 꼭 미용사 분과 실갱이를 해야 한다.
머리가 짧아진다는 게 어떤 건지 내가 알고 있다는 확신을 드려야 한다.
이런 건 길게 말로 해봐야 소용이 없고 사진을 보여드리며 원래 짧은 머리였었어요라고 한마디만 하면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르고 난 후 항의를 했던 걸까.
다음 수순은 “손님만 괜찮으시면, 얼굴 다 가리고, 비포 에프터 사진으로 사용해도 될까요?”다.
헤어모델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나로선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다.
보통 네이버 블로그에 긴 글과 함께 사진이 올라오는데 그걸 읽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외대, 장한평, 홍대에 이어 상암도 내가 접수한다!
(외대 시절 후기만 하나 찾았다. 링크)
지저분한 긴 머리가 첫인상이기 때문에 최대한 짧게 잘라달라고 하면 미용사님은 자르고 계시면서도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긴 머리에 집착이 있어 보일 만큼 길러놓고는 잘라달라니.
내가 혹여나 돌변할까 봐 계속 보험용 멘트를 하신다.
머리가 생각보다 많이 가벼우실 거예요, 지금 머리가 길었다가 짧아지셔서 길게 느껴지시는 걸 수도 있어요, 충분히 짧아요 등등
이럴 땐 그냥 머리가 더 잘리길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
아무리 “저도 알아요~”라고 해도 안심을 시켜줄 수 없기 때문이다.
머리가 웬만큼 짧아지면 미용사분도 아신다.
그러면 안도+머쓱해하시면서 “숏컷 되게 잘 어울리시네요!”라고 말씀하신다.
오늘도 역시나 이 모든 과정을 거쳤고 오랜만이라 즐거웠다.
무엇보다 홀가분해진 머리가 진심으로 마음에 든다.
속이 다 후련하다.
진즉 자를 걸!
나는 아무래도 숏컷인간인게 분명하다.
다시는 머리 안 길러!
(숏컷이 지겨워질 6개월 후의 나는 꼭 오늘을 명심하도록 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