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수의 콘서트에 간다.
콘서트를 좋아하는 L의 이야기를 가끔씩 들을 기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언젠가 꼭 가봐야지 생각했지만,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매번 실패했다.
빅마마 콘서트도 가보고 싶었고 아이유 콘서트도 마찬가지로 엄청 가보고 싶었지만 왠지 모르게 티케팅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일까?
엊그제 만난 친구가 이소라 콘서트가 4년 만에 열리는데, 이소라라는 가수는 이 콘서트 이후에 영원히 콘서트를 안 할 수도 있는 그런 위인이라며, 상부상조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
진짜 괴팍한 성격이다.
그저 하고 싶은 마음보다 명분이 생겨야만 실행에 옮길 마음이 나는 게, 스스로도 어이없다.
오늘 저녁 8시, 대망의 티케팅이 있었다.
역시 초심자는 아무것도 모르니 안일할 수밖에 없다.
아이돌 가수가 아니라서 힘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정시에 예매하기를 눌렀으나 대기가 800명이 떴다.
그때부터 조마조마 해졌다.
좌석을 선택하는 창이 떴지만 이미 좋은 자리는 다 나간 화면이 놓여있었다.
잡히는 대로 눌러봐도 이미 선점된 좌석이라는 안내가 나오며 빠른 속도로 좌석들이 사라졌다.
아니!!! 무슨!!! 소라 언니가 아이돌도 아니고!!!
그래도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성공했다.
콘서트 이름은 <소라에게>다.
늘 숨고 싶었던 이소라를 끊임없이 무대 위로 불러내 준 팬들이 <소라에게> 보내준 사연과 신청곡들로 이루어진 콘서트가 될 거라는 설명을 읽는데, 내가 이소라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구나 싶었다.
숨고 싶지만, 꺼내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손길에 꺼내지기도 하는 편지 같은 노래들이 좋다.
가감 없이 슬퍼하는 모습도 좋다.
친구들과 함께 수백 번은 같이 보고 또 각자 따로 혼자 봤을 영상들을 아래 첨부한다.
이것들을 실제로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