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 내린 눈 때문에 풋살 구장 이용이 긴급 취소됐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실내구장도 미리 예약해둔다.
근데 하필 이용 취소 통보가 실내구장 취소날 다음날 온 것이다.
당연히 인기가 좋은 실내구장은 그새 다른 팀에서 예약해 버렸다.
풋살 운영진 카톡방이 부산스러워졌다.
다른 실내 구장을 구해서라도 운동을 진행해야 할지, 부득이한 상황을 설명하고 운동을 취소할지 결정해야 했다.
사실 가장 편한 방법은 다른 실내 구장을 구해놓고 그곳에서 하자고 말하는 것이다.
눈 때문에 구장을 변경하는 것도 합리적이고 예정된 운동을 진행하면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위치도 크기도 만족스럽지 못한 구장을 예약해서 운동을 진행하는 것과 구장 확보를 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 중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덜 서운하게 할까?
전자는 약속되지 않은 조건 때문에 운동을 하기로 했던 사람이 못하게 될 수도 있고, 눈 때문에 부득이했다는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변경사항 때문에 본인이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에 조금 더 속상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모두 참석한다고 가정해 보자.
일단 급하게 구장을 구하면 절대 좋은 조건으로 예약할 수 없다.
좋은 조건의 구장은 이미 한 달 전에 예약이 다 끝나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이미 부득이한 상황으로 조건이 좋지 못한 구장을 예약해서 사용했던 적도 있는데,
우리가 원래 사용하던 구장이 훨씬 좋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꼭 있어왔다.
물론 만족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오히려 많다.
그렇지만 수더분한 사람들은 언제나 말이 없다.
만족한 사람들이 과반이더라도 불만족의 말이 구장에서 더 크게 떠다닌다.
반면 후자는 천재지변인 눈이라는 합리적인 이유로 운동 취소에 다 같이 아쉽기만 할 수 있게 된다.
운영진만 (어쩔 수 없었지만) 책임을 다하지 못해 죄송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죄송하기로 결정했고 운동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