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보러 다니는 것에 재미가 들렸다.
당장 이사 할 예산도 계획도 없지만 ‘시그니처 인테리어’라는 설명을 가진 물건이 떴길래 보러갔다.
대단히 특별한 인테리어도 아니었건만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을 느꼈다.
5년전 스튜디오를 준비할 때 명품 가구들을 공부하게 될 일이 있었는데, 딱 그맘때쯤 유행했던 가구들이 놓여있었다.
가구도 신경써서 들이셨네요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집주인분은 이쪽일을 하시는거냐며 우호적인 태도로 변하셨다.
자기네 집이 진짜 유명한 인테리어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집이라고 이 가치를 아시는 분이 꼭 사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업체명도 알려주시고 이름 대면 알만한 매거진들에 실린 집 사진들도 보여주셨다.
이제는 맡기고 싶어도 맡길 수 없을만큼 예약이 꽉 찬 업체라고 집을 팔기 전에도 집을 구경하러 와도 되냐는 연락도 받곤 했다며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 집이 가장 좋았던 이유는 뷰였다.
반얀트리를 연상케하는 마운틴뷰랄까.
벚꽃 산이라, 봄엔 벚꽃이, 여름엔 녹음이, 가을엔 단풍이, 겨울엔 설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집이었다.
게다가 나는 반얀트리 홍보대사라(자칭), 베란다 확장이 통풍에 좋지 못한 구조라곤 하지만, 쇠창살 없이 산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나서는 길에 인테리어 업체를 검색해봤다.
역시나 대단히 특별한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끌렸다.
이내 흥미를 잃고 아쉬워 입맛을 쩍쩍 다시고만 있었는데 A가 내가 그렇게 끌려했던 이유를 찾았다고 했다.
반얀트리를 좋아한다는 인테리어 업체 대표님의 글을 보여줬다.
취향이 통한다는 게 이렇게나 무섭다.
무의식은 취향이 지배하고 있어서, 의식으로 하여금 운명이라 착각하게 한다.
또한 무의식을 의식으로 초대하는 것 역시 무섭다.
그저 운명인 줄 알았는데 이유를 찾고 나니 마음이 파사삭 식었다.
그렇지만 집에 돌아오면서 로또를 샀고 5,000원을 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