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성인이 되었을 때 사촌 언니가 써준 편지에 이런 말이 있었다.
“살면서 괴로운 일이 생기는 건 특별히 뭐가 잘못돼서라기보다는 원래 모든 인간이 살아갈수록 망가지는 쪽으로 굴러떨어지기 마련이니 어찌 됐든 사람에게는 중심이 있어야 된다. 사람들이 신을 찾고 종교가 생겨났듯이. 흐려지고 잊혀지고 멀어진 것 같이 느껴질 수는 있지만 분명히 있는 어떤 것. 그 누구도 함부로 훼손할 수 없고 나 자신조차도, 헝클어지고 사나워진, 엉망진창의 상태로는 결코 침범할 수 없는 것. (중략) 그리고 감정적이든, 차분할 때든 종종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우듯이, “~~~~~~~~~~”고 떠올려.”
그때는 중심이 있어야 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멋있는 것 같아서 나름대로 해석해서 만들었더랬다.
나만의 규칙이니 굳이 누구를 설득할 것도 없고, 아직 나이가 어려 이런 질문을 물어오는 사람도 없으니,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뱉어 본 적은 없다.
언니처럼 나도 속으로 주문을 외우기만 했다.
며칠 전 받은 편지에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그동안 받은 게 많아 어떻게 갚을까 고민했어요. 언니에게 잘하는 것도 물론이겠지만 저도 불특정 다수에게 친절을 베풀며 받은 걸 갚아볼게요.”
혼자 생각만 해오던 주문을 남의 입을 통해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해 오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처음 겪어보는 감정이었다.
30년을 살았는데 아직 모르는 감정이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그나마 가까운 단어가 묘하다인 거지 이것도 적확하지 않다.
더 살다 보면 적당한 단어를 찾게 되겠지.
살고자 했던 대로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사람을 통해서라는 걸 알고 나니, 사람이 싫다고 홀로 늙겠다며 떠벌리던 어리석은 지난날들이 생각나며, 겸손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친구가 큰 선물을 주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