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03일

산책과 고양이

By In DAILY

드디어 산책을 나설 만큼 날이 풀렸다.
집에서 출발해서, 내가 살고 싶은 단지를 거쳐, 작은 천을 건너, 공원을 통과해서, 홈플러스에 들러, 생필품을 조금 사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한 시간 정도 된다.
저녁을 먹고 다녀오면 소화도 다 되고 땀도 살짝 나서 씻고 바로 잠들기 좋은 컨디션이 된다.
산책이 너무 좋아서 산책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낮 동안 A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각자 일을 쳐냈다.
저녁 8시쯤 얼추 마무리되어 근 반년 만에 2024년 첫 산책을 개시했다.

산책이 두근거리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맥심’이라는 고양이 때문이다.
이름이 맥심이인 이유는 프림과 커피가 섞인 하얀노랑고양이이기 때문이다. (나와 A가 지음)
맥심이는 산책 코스에서 홈플러스에 들리기 직전 구역에 상주하고 있다.
고양이에게 상주는 자주 발견된다는 뜻일 뿐.. 매번 만날 수 있지는 않다.
그녀는 지금까진 본 고양이 중 가장 개냥인데.
궁둥이를 두드려달라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다가온다.
안 불러도 다가와서 몸을 부비고 배를 깐다.
그날 하루 기분이 안 좋아도 맥심이를 만나고 나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고양이 알러지가 있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가끔 만날 수 있는 개냥이들이 한줄기 빛이다.

A와 산책을 나서면서 오늘도 맥심이가 있으려나, 겨울은 잘 났나, 어디 아픈 곳은 없어야 할 텐데, 오늘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나눴다.
그랬는데!
맥심이가 있었다!
1.5배는 더 뚱뚱해진 상태로!
행복한 겨울을 났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고 엉덩이를 두드려주다 A와 함께 눈물 콧물을 뺐다.
알러지가 더 심해지기 전, 다음 코스인 홈플러스로 이동하려 했는데 마침 맥심이를 아는 다른 산책하는 사람들이 왔다.
그분들도 맥심이에게 잘 지냈냐고 안부를 물으며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맥심이는 홱! 하고 우리를 떠났다.
그래서 1.5배가 되었나 보다.

첫 산책에 맥심이까지 만나다니.
아무래도 2024년은 운수대통하려나보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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