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즈수비대의 앨범을 들으며 필름포럼으로 향했다.
영화와 어울릴 줄은 몰랐는데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도 들었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만큼 망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씁쓸한 인생에 로맨스가 섞였다고 사랑은 낙엽을 타고가 되다니.
원제는 마른 잎, 고엽이라고 한다.
낙엽을 타고 찾아온 사랑보다는 마른 잎에 매달린 사랑에 가까운 영화였다.
등장인물들은 웃음을 참으라는 미션을 받은 것 마냥 대부분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반면 내뱉는 모든 말들은 농담이다.
분명 웃긴 대사고, 나름 웃길 때도 있는데 관객인 내가 웃어도 되는지 헷갈릴 정도로 씁쓸한 표정들을 짓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설정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
주인공들은 웃고 싶지 않을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라디오에서는 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소식만 흘러나온다.
음악을 들을래도 전쟁 속보가 흘러나온다.
슈퍼마켓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안사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훔쳐먹으려다 일자리를 잃었다.
그녀가 사랑에 빠지게 될 홀리파도 별반 다르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다.
음.. 아니다.
홀리파는 구질구질하게 산다.
술을 몰래 마시면서 일하다 매번 직장을 잃는다.
그 와중에 사랑은 찾아온다.
첫눈에 반한 둘은 표정처럼 열정적이지 않다.
마음에 들었지만 사랑을 할 상황도 아니고 그냥 서로를 놓치게 둔다.
그러나 사랑은 마음에 불을 지핀다.
둘은 기약할 수 없는 미래를 두고 이미 놓친 과거 속에서 전전하며 떠돈다.
운명이란 이런 것일까?
둘은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곳에서 다시 마주친다.
전기세를 낼 돈도 없어서 두꺼비집을 내려놓는 안사지만 홀리파에게 저녁을 대접하기 위해 새 접시를 산다.
하지만 홀리파는 식사시간 내내 술만 찾는다.
술로 온 가족을 잃은 안사는 술꾼은 싫다며 친절하게 기회를 주었지만 홀리파는 잔소리꾼은 싫다며 되려 성질을 내고 홀라당 안사의 집을 떠나버린다.
보통의 영화라면 시간이 지나고 홀리파가 생각을 고쳐먹고 다시 만날 기회를 달라는 전화를 해야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긴 시간이 지나고 대뜸 술을 끊었다며 나타난다.
이런 식이다.
각자의 속도대로 앞으로 걸어나가는 마지막 씬이 기억에 남는다.
무표정으로 던지는 농담 같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