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이었다.
고요한 적막을 깨고 내 근처에 서 계셨던 분이 재채기를 했다.
본인 스스로도 놀랄 만큼 크게.
유난히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는 나는 경기를 하듯 펄쩍 뛰었고 그분은 그런 나를 보고 무안했던지 웃음이 터지셨다.
웃음은, 그분의 친구에게도, 안간힘으로 참던 나와 그리고 외면하던 A에게까지도 전파되었다.
네 명은 똑바로 서있지도 못할 만큼 손잡이에 매달려서 웃거나 봉에 기대 웃었다.
옷깃에 연신 눈물을 찍어냈다.
공덕에서 출발해 홍대입구에 도착할 때까지도 웃음을 멈추지 못해서 그분들은 옆 칸으로 옮겨가셨고, 우리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내려서도 한동안 벤치에 앉아 일어날 수 없었다.
대체 뭐가 그렇게 웃겼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유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이내 깨달았다.
나중엔 기억도 못 할 스쳐 지나가는 즐거운 이야기처럼 아주 오랜만에 배가 아플 정도로 깔깔 웃었다는 것,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