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이것만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도박성 게임.
‘못 먹어도 고’의 성질이 폭발적으로 발휘되기 때문에 시작조차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때는 바야흐로 17년 전..
미국에는 스테이트 페어라는 떠돌이 축제가 있다.
안전벨트가 없는 위험천만한 롤러코스터와, 곤돌라와, 오락거리와, 온갖 먹거리들이 온다.
같이 간 친구들은 놀이기구와 음식에, 용돈들을 적절히 분배해서 사용했다.
그러나 나는 내 몸집만 한 호랑이 인형에 꽂히고 말았다.
동그란 고리가 달려있는 낚싯대로, 누워있는 콜라병을 기울어진 바닥에 세우면, 얻을 수 있었다.
그 게임을 들고 온 주인장은 개껌이라는 분위기를 폴폴 풍겼다.
누워있는 콜라병을 단번에 세웠다가 도로 눕혔다.
그렇게 갖고 간 100불을 호랑이 잡는데 다 썼다.
친구들은 헤이…스따삣…을 연신 외쳤지만 들릴 리 없었다.
나는 콜라병을 끝끝내 세우고 호랑이를 잡았다.
20만 원짜리 호랑이 인형… 패가망신한 것이다.
그래도 호랑이는 나름 제값을 했다.
침대 발치에 두고 호랑이에게 내내 안겨있었다.
크기가 크지 않았다면 분명 한국에도 들고 들어왔을 것이다.
호랑이와 정이 들긴 했지만 어쨌든 호랑이는, 나는 절대 도박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알려줬다.
17년을 잘 버텨왔는데 인형 뽑기 앞에서 꺾였다.
하필 월레스와 그로밋에 꽂혀있는데, 그로밋이 답답한 뽑기 기계 안에서 자기를 구해달라고 구출 신호를 보내왔다.
그길로 2만 원을 썼다.
이번엔 나를 말리는 사람이 훨씬 더 적극적이었다.
아 제발 한 번만!이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A는 강경했다.
이 나이 제발 한 번만이라고 말하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마음이 안 꺾이는 게 더 어이가 없었다.
쩝.
당분간은 인형 뽑기 근처도 가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