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운동을 끝내고, 꼬맹이 둘 데리고, 점심공양을 다녀왔다.
불자가 아닌데도, 절 경력자인 나는, 절이 무척 가고 싶은 날이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은 특히 더 가고 싶다.
어릴 때부터 다녀서 그런 걸까.
오늘도 어김없이, 다음엔 락앤락에 고기를 담아 와야겠다는 고리타분한 농담을 하며, 채소가 그득한 비빔밥 한 그릇을 싹 긁어먹었다.
구운 가래떡과 깻잎전과 도토리묵은 솔드아웃 되는 바람에 못 먹었다.
내년에는 꼭 먹어야지.
다음 코스는 굿즈 챙기기였다.
오색실을 매어주던 보살님과 나눈 짧은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이렇게 젊은 친구들끼리 왔냐고 물어보셨다.
원래는 엄마와 함께 다녔는데 올해는 친구들과 왔다고 대답하니 기특하다고 하셨다.
스님들이 정성으로 기도한 오색실이니 분명 나쁜 일들이 피해 갈 거라는 부적 같은 말을 덧붙이셨다.
당연히 나쁜 일은 무조건 생길 테지만 더 나쁜 일을 피한걸테지라고 생각할 핑계가 생겼다.
보살님께 항상 행복하세요라고 말씀드리니 눈시울이 붉어지셨다.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말이 행복이죠? 학생도 항상 행복하세요라며 행복을 돌려받았다.
대웅전에 가서 감사 인사를 하고 오색실 팔찌까지 하고 나오니 올해는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비가 올까 봐 안 갔더라면 정말 아쉬울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