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풀려서 좋다고 하자마자 세상이 온통 뿌옇다.
봄은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는 계절이다.
그렇지만 뭔가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어서,
작년부터인가?
봄을 좋아해 보려고 노력해왔다.
엊그제 읽은 책에 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겨울에서 봄까지는 자연을 관찰하기가 오히려 쉽다.
나뭇가지가 비어 있기 때문에...
(중략)
4, 5월이 되면 모든 곳에 자연이 꽉 들어찬다.
(중략)
봄은 사정을 봐주지 않고 부리나케 들이닥치고 있다.
봄을 좋아하지 않았던 건 비단 나쁜 공기뿐 아니라,
마음의 준비도 할 새 없이 내 여유 공간들에 부리나케 들이닥치기 때문이었다.
하늘을 더 많이 보고 싶은데 꽃과 잎들로 순식간에 눈을 가려버리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답답함을 느꼈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봄을 좋아하지 않을 이유만 공고해지다가 다른 날의 이야기를 읽었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벌레까지 득실대던 칙칙한 골짜기가 순식간에 보랏빛 꽃밭이 되었다.
산책로가 아닌 데다 발길이 닿기엔 위험한 언덕이라 구청에서도 무엇을 심거나 관리하지 않는 곳...
(중략)
봄은 이렇게 초라한 곳까지 공평하게 밝게 비추는 마법이다.
봄은 내가 살필 수 없는 곳까지 따뜻함을 전하는 계절이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봄을 안 좋아할 수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