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미디어시티 2번 출구 앞에는 못생긴 가벽이 있다.
백화점 부지라는데 이사 오기 전부터 있었고 6년을 사는 동안 내내 있었다.
보통 가벽이 미관을 해치기 때문에 가꾸(가벽 꾸미기)를 해둔다.
동네 정보나 역사를 프린팅 해서 붙여놓는 게 일반적인데,
상암엔 철사 꽃과 철사 기린이 달려있다.
부지는 오랫동안 방치되었고 철제 조형물에서 녹물이 뚝뚝 떨어졌다.
가벽을 타고 똥색 녹물이 길게 흘렀다.
한날은 그 안이 궁금해서 구멍에 손을 넣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봤었다.
풀이 무성한 정도가 아니라 나무가 자라있었다.
누가 그러는걸 봤는지 구멍은 금새 판자로 덧대어졌다.
방치된 곳답게 그라피티도 빼곡했다.
간혹 이상한 그림이 새로 그려져 있기도 했는데 그러면 어느샌가 판자가 덧대어져 있었다.
그런 곳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문이 활짝 열렸다.
엄청 큰 트럭이 내내 뭔갈 싣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집 주변에서 벌어지는 재건축 공사와는 스케일이 달랐다.
이제 진짜 백화점이 들어서나보다 싶어 검색을 해봤는데 주차장(?)이 생긴다고 한다.
롯데쇼핑 측은 “착공 사전 준비 기간 동안 공영주차장을 운영하기로 한 것”이라며 “착공 즉시 운영을 종료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28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니까 백화점이 진짜 진짜 들어서기 전에 자리를 잡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