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주말이지만 고수한잎에 갔다.
여기가 유명해지고 나서부터는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이 생겼고, 나 때문에 사람들이 되돌아가야 할 일이 생기진 않았으면 했다.
나는 평일 저녁에도 먹을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갑자기 날이 추워졌고, 오늘은 나에게도 고수한잎이 꼭 필요한 날이었다.
얼른 먹고 나올 요량으로 오픈 시간에 맞춰 서둘러 갔다.
규모가 작은 가게에 들어가면 앉는 자리를 신경 쓰게 된다.
내가 앉은 자리 때문에 2명 손님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거나, 바로 옆자리가 먼저 비어 내가 다 먹길 기다리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사람들은 왜 이런 것까지 신경을 쓰냐고, 내가 누려 마땅한 시간을 누리라고 하지만, 나는 내가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서두르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장사를 해봤기 때문에 그런 걸까?
우리집은 꽤 오래 카페를 운영했었는데 초기 2년 반은 나도 풀타임으로 일했다.
설렁 앉으면 12명 정도, 가득 채워 앉으면 20명 정도는 수용할 수 있었던 작은 커피숍이었다.
처음엔 4인석에 2명이 앉으면 2인 자리로 미리 안내해 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관뒀다.
2인석이 비어있는데 4인석에 앉은 2인 때문에 4인 손님을 놓치는 일이 빈번했고 결국 안내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작은 가게는 손님 한명 한명이 그달 살림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중 흔쾌히 옮겨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탐탁지 않아 하며 옮기시는 분들, 또는 옮겨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분들도 꽤 계셨다.
물론, 그렇게 받지 못하는 손님은 내 손님이 아니었다는 손님 운명론을 덕분에 터득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성인이 되니 비슷한 상황을 손님으로서 겪게 될 일이 많았다.
주로 혼자 밥을 먹으러 가기 때문에, 사장님이 먼저 물어 보시기기 전에 적당히 외진 곳에 자리를 잡는다든지, 부득이하게 4인석에 앉게 된다면, 먹다가 2인 자리가 나면 옮겨도 되니 편하게 말씀 달라고 먼저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면 식당 주인분들은 그래주면 고맙다 또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고맙다고 인사해 주셨다.
카페에서 일하던 시절의 마음을 견디기 힘들어서, 내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일 뿐인데, 겉으로 보기엔 배려처럼 보이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위안이 된다.
오늘은 마침 서두를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고 디저트까지 시켜 풀코스로 시간을 보내다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