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이사를 하면서 가장 큰 우려는 카페 유목민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종로 사무실은 유난히 출근길이 힘들었다.
그래도 항상 가던 카페 덕분에 하루를 살아냈다.
그곳이 좋았던 이유는 한결같은 커피 맛도 커피 맛이지만 작은 공간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인사해 주시는 사장님의 우렁찬 목소리 때문이기도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듣고 있으면 괜히 웃기기도 하고 덕분에 하루가 기운차지는 기분도 들었다.
3년 동안 나만의 리추얼로 자리 잡은 출근 전 한 잔의 라떼가 갑자기 사라지는 상황이 적잖이 스트레스였다.
참 까탈스러운 게 커피만 맛있으면 안 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단골이 되었던 카페는 꼭 독특한 특징이 하나씩 있었다.
이 유구한 역사는 나중에 차차 풀어보도록 하겠다.
여하튼 사무실을 이사하기로 한 날로부터 제일 먼저 한 일은 근처 걸어갈만한 카페 탐색이었다.
이사를 가기도 전에 먼저 카페 투어를 다녀오기도 했고 이사한 후에는 힙한 카페의 커피도 마셔 보았으나 성에 차지 않았다.
사단났네 하며 집 앞 맘모스가 답인가 절망하고 있는데 A가 왠지 괜찮을 것만 같은 카페를 찾았다며 사람들의 리뷰를 보여줬다.
커피도 직접 볶으시고, 원두도 콜드부르도 여러 종류가 있고, 청도 직접 담그시고, 샌드위치도 팔고, 사장님 내외분이 친절하시고.. 이런저런 설명을 읽는데 갑자기 엄청나게 큰 강아지 사진이 나왔다.
헐!
강아지 피규어가 많긴 많다 싶었는데 웬일이야.
게다가 7시 10분에 문을 연다니까 이른 시간에 하는 주간회의 날에도 마실 수 있다.
얼른 하루가 가기를 기다렸고 오늘 아침 출근하자마자 짐도 내려놓기 전에 카페로 향했다.
오늘은 강아지가 출근하는 날이 아니었는지 빈 이불만 덩그러니 있었다.
사진으로 봤을 땐 커서 나이가 많을 줄 알았는데 1살밖에 먹지 않은 어린 강아지였다.
사람을 엄청 좋아한다는 설명이 보금자리에 붙어있었다.
몇 번 정도 더 오면 볼 수 있게 되려나.
커피만 맛있었으면 좋겠다 하며 한 모금 마셨는데 크게 특이하지도 크게 거슬리지도 않고 무난하게 맛있었다.
데일리 카페로 제격이었다.
여기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