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1월 16일

밥 지어먹는 저녁

By In DAILY

겨우 출퇴근길만 짧아졌을 뿐인데 할 수 있는 게 벌써 많아졌다.

종로에서 퇴근할 때는 최소 5시 30분 전에는 출발했어야 했다.
그때 출발해야 7시 언저리쯤에라도 도착한다.
허기에 진이 다 빠져버리고 마는 시간이다.
에너지가 없으니 레토르트 음식을 데워먹거나 배달을 시켜둘 때도 있지만 주로 가는 길에 식당에 들러 사 먹었다.
먹고 치울 기운도 없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자마자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 8시 정도가 된다.
여름엔 날이 따뜻하니 동네 한 바퀴를 꼭 걷고 들어갔지만 겨울에는 이마저도 못 걷는다.
속이 더부룩해도 후다닥 퇴근하느라 못한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책상에 바로 앉는다.
그러다 보면 또 일찍 잘 시간이 훌쩍 넘고, 다음날 아침이라도 챙겨 먹고 나가겠다는 다짐은 무용지물이 된다.
악순환이었다.

종로에서 저녁을 먹고 오면 되지 않나 궁금할 수 있겠다.
그곳은 자명한 포차의 동네로 점심 식당도 저녁엔 술집으로 바뀐다.
+ 늦은 저녁까지 있기에는 으슥하기도 하다.

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졌다!
어제는 6시 반, 가장 붐비는 퇴근시간대에 퇴근해 봤다.
집에 도착했는데 7시 즈음이었다.
종로 퇴근과 똑같은 7시인데 밥을 해먹을 엄두가 났다.
A가 집에서 받아온 고기를 굽기도 하고 찌개로도 끓였다.
다 먹고 치우고 나서는 다음날 아침도 챙겨 먹어보자며 마트에 들러 계란도 사 왔다.
그러고 났는데도 9시가 안된 시간이었다.
허겁지겁 마무리하다 온 일도 없으니 쉬엄쉬엄 일을 더 할 수도 있었다.

출퇴근 합쳐서 기껏해야 한 시간 남짓 줄어든 것 같은데 한 시간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시간이 늘어난 건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기분이 조크든요 파워인가?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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