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9월 30일

바르셀로나 10

By In TRIP

마지막 날을 어떻게 보내야 아쉽지 않을지 어제부터 생각했다.

아침은 어제 갔던 카페에 다시 갔다.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었던 맛의 올리브를 다시 시켜 먹었다.

직접 절인 올리브였다.
공산품과는 다르게 올리브에 뿔이 달려있거나 갈라져 깨져있었다.
외국인이 김치에 감탄하고 돌아가서도 직접 담가먹는 이유를 알았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올리브를 직점 담가먹어 봐야지.
그냥 떠나기 아쉬워 굿즈로 판매하고 있는 옷도 샀다.

일정이 있어 다른 나라에 잠시 다녀온 친구가 바르셀로나로 다시 돌아왔다.
꼭 먹고 가야 할 문어 전문 식당이 있다며 데려갔다.
모든 메뉴를 1/2로 시키기에 의아했지만,
문어 외에도 오징어튀김, 스테이크, 토마토 바게트 등을 시켰으니 모자라면 더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큰일 날뻔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행객들이 있었다.
어떤 테이블은 이제 갓 나온 접시 같았는데 앉아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배가 잔뜩 불러 보였다.
우리는 네 명이서 배가 터지게 먹고도 빵과 감자튀김이 남았다.

맛 역시 양만큼 압도적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 먹었던 문어와 오징어 중에 가장 맛있었다.
정말 미쳤다.
나는 이가 좋지 않아서 점점 멀리하던 음식이었는데 나이가 들어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행복할 정도였다.
이곳도 아침에 다녀온 카페와 마찬가지로 바르셀로나에 돌아가면 꼭 다시 갈 곳 중 하나다.

후식으로 젤라또를 먹었다.
뭐 그리 특별할까 했는데,

맛을 보고 나서는 찍지 않을 수 없었다.
피스타치오와 무화과였다.

마지막 날에서야 추로스를 먹었다.

달지 않은 꾸덕한 초코라떼에 담가 먹었는데 담백했다.
돌아가서도 이렇게 먹어야지.
누가 추로스를 설탕에 굴려먹어~ 생크림이랑 초코 시럽에 찍어 먹을 거면 왜 먹니~ 농담하면서.

이로써 (식도락)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남아있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공항버스에 올라타는데 눈물이 (티 안 나게) 찔끔 났다.
왜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으려는지 알겠다.
친구들이 지내는 곳이 머릿속에 그려지니까 그곳에서의 행복을 더욱더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게 된 것 같다.
막연한 상상과 직접적 경험은 이렇게나 다르다.

여행을 더 많이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겨우 열흘 만에, 떠나기 전과 다녀온 후의 내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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