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게 괜찮은 매물이 올라왔다.
아직 이사 가기 전이지만 미리 이사를 가도 괜찮을 만큼 좋은 가격이었다.
원래는 역에서 가장 먼 동네여서 옵션에도 없던 단지였지만 거리가 무색해질 만큼 파격적으로 저렴했다.
돈값 한다는 말이 있듯이 집 컨디션이 좋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그렇지만 어떤 상태든지 알아서 다 고쳐 쓰겠다는 각오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대였다.
바로 부동산 사장님과 약속을 잡았다.
집에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작은방을 보자마자 마음을 먹었다.
더 둘러보지 않아도 되겠다.
바로 이 집이다.
짐이 엄청 많은 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바닥과 벽지 그리고 붙박이장 상태가 새것 같았다.
세입자분이 오래 살았다고 했는데 집을 거의 잠자는 숙소 정도로만 사용한 컨디션이었다.
같이 보러 간 다른 팀들은 집 내부로 들어가 집을 살피기 시작했고 나는 대문에서 바로 부동산 사장님께 집 더 안 살펴봐도 될 것 같은데 바로 계약하면 안 될까요 여쭸다.
집을 둘러볼 때까지만 해도 세상에 돈값 하지 않는 것도 있구나 생각했지만 역시는 역시나였다.
돈값을 했다.
돈값을 다 하시는 건 부동산 사장님이셨다.
이런 경우엔 보통 선착순으로 계약의 기회를 얻는데 사장님께서는 세 팀을 세워놓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공평하게 정해보자 하셨다.
급기야 집주인분 게 선택을 맡겨보신다 하셨다.
인생을 좀 쉽게 살 기회가 주어지나 했는데 횡재운이 없다던 내 사주팔자 풀이가 능력을 발휘했다.
계약이 불발 났다.
아주 잠깐이지만 달콤한 꿈을 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