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6월 20일

땀구멍 개방

By In DAILY

어렸을 때부터 건강이 좋은 체질은 아니었다.
아토피도 심했고 비염도 심해서 약도 먹고 치료도 받았었다.
홍삼도 꾸준히 먹었지만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지치는 줄도 모르게 노는 아이들처럼 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애초에 땀이 나게 놀지도 않았지만 땀도 잘 나지 않았다.
이 모든 게 신진대사가 활발하지 않아서 발생한다는 자체 진단을 내렸었다.
그때부터 반신욕을 몇 년 동안 했다.

물도 주전자에 팔팔 끓여서 했다.
엄마가 물이 식을 때마다 조금씩 더 부어가면서 수온을 조절해 주셨다.
거의 40분에서 1시간가량을 했다.
꽤 뜨거운 물로 반신욕을 했지만 땀이 뻘뻘나진 않았다.
그때를 떠올리면 엄마에게 괜히 미안해했던 게 생각난다.
엄마가 내 땀을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시는데 오늘도 땀이 나지 않았다고 하기가 그랬다.
그래서 마치 땀이 난 것처럼 이마에다 물을 뿌리고 “오늘은 조금 났어! 땀구멍 열렸나봐!” 이렇게 연기를 했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청소년기에 접어들고 나서는 주위 친구들이 데오드란트를 발랐다.
특히 체육시간 전에 체육복을 갈아입을 때 개인 데오드란트를 꺼내 겨드랑이에 발랐다.
걔네들은 그렇게까지 하는데도 체육시간이 끝나면 겨드랑이가 젖어있었다.
나는 얼굴만 빨개지지 뽀송한 상태를 유지했다.
끽해봐야 등짝이 조금 촉촉한 정도.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했지만, 나는 반대로 데오드란트를 챙겨 바르는 친구들이 어른스러워보여서 부러웠다.

성인이 되어서는 땀이 잘 나지 않는 게 특권이란 걸 알게 되었다.
스키니진을 입어도 옷이 질척질척 붙지 않고, 화장을 해도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뙤약볕에서 풋살 정도는 해야 나도 땀이 나긴 나네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땀에 대한 욕망이 모두 사그라들었는데.. 인생은 야속하다.

올해 필라테스를 시작하면서 땀구멍이 활짝 열렸다.
자세를 하나씩 할 때마다 등이 쫄딱 젖는다.
필라테스 후기를 묻는 사람들한테 제일 먼저 하는 말이 땀이 너무 많이 난다고 할 정도로 놀라운 일이었다.
다음으로는 자전거다.
따릉이를 탈 때는 설렁설렁 타서 그랬나 요즘은 10분만 타도 몸뚱아리가 다 젖는다.
덕분에 성인이 돼서 땀띠가 처음 났다.

그리 원하던 땀구멍 개방이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간절히 원할 때 열릴 것이지 이제 와서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기왕 열린 거 신진대사나 활발해져서 건강해지면 좋겠다.
병약한데 땀만 많이 흘리면 억울할 것 같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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