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풋살을 가르쳐 주던 꼬맹이가 갑자기 짐박스방에서 샤라웃을 했다.
짐박스는 나, A, PT 동생, 풋살 동생 이렇게 총 네 명이 들어 있는 카톡방이다.
우리 중 가장 젊은 피인 풋살 동생이 갑자기 저녁을 사겠다고 8살이나 차이 나는 언니들을 불러재꼈다.
식당도 비밀이라면서 의미심장하게 굴었다.
건방지게-_-.
나머지 셋은 청첩장 줄 거 아니면 밥 살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
예상대로 건방진 꼬맹이는 아주 비싼 집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대체 왜 이러는 건지 알고나 먹자 물었더니 취업턱이라는 거다.
근무 시작은 4월 중순이라는데 무슨 월급도 타기 전에 취업턱을?
성격도 급하댔더니 엄마가 이제 언니들한테 그동안의 은혜를 갚으라고 했다면서,
게다가 PT 언니는 자기가 첫 월급 타기 전에 캐나다로 떠나지 않냐며,
우리들의 궁시렁을 단칼에 막아버렸다.
똑똑한데?
풋살 동생은 식당을 나서면서 드디어 자기도 밥값 낼 수 있게 됐다며 우리더러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어이가 없어서 정말.
우리보다 나이 많아지면 그때 돈 쓰라고 했더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찡얼거렸다.
우리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취업을 성공(?) 한 거라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서 효도(?) 한다고 했다.
부디 이 결심을 끝까지 잊지 않고 효도를 행해주길 바라며, 증거로 카톡을 캡쳐해두었다.
난생처음 효도 받아봤는데 꽤 기분 좋은 일이구먼.
더 베풀면서 살 수 있게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