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이립이라고 한다.
‘말이을 이(而)’ 와 ‘설 립(立)’을 합한 말로써 마음이 확고하게 서서 삶의 기초를 세우는 나이라는 뜻이다.
올해로 두번째 서른을 보내고 있다.
이제 갓 기초를 세웠을 뿐인데 몸은 막 고꾸라지는 시기인가보다.
작년까지만해도 건강검진을 가면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인 물건이 된 기분이었다.
큰 문제가 없으면 이방에서 저방으로 옮겨지기만했다.
마이너 이슈로 질문을 하면 엄살 부리지 말라는 표정과 시니컬한 목소리만 돌아올 뿐이었다.
이십대는 병원에서 푸대접을 받는다.
겨우 일 년이 지났을 뿐인데, 게다가 나이도 똑같은데 이번에는 모든 방에서 조언이 잇따랐다.
채혈을 할 때는 바늘이 아파서 살짝 찡그렸을 뿐인데 어지러우시냐, 숨을 크게 쉬어봐라, 멀리 쳐다봐라, 잠깐 자기를 바라봐라, 혹시 많이 어지러우시면 말씀해달라며 살갑게 살펴주셨다.
안과 검진에서도 안경을 안쓰고 갔더니 눈 안 좋은 거 알고 계세요?라고 물어보셨다.
그 후에 이어진 검진에서는 가족력을 살필 나이가 되었다면서, 특히나 심근경색은 일찍 관리해서 나쁠 게 없다고 여성 필수 검진 나이가 40이긴 하지만 환자분은 내년부터 해보라고 말씀하셨다.
운동을 꼭! 해야한다는 당연한 말과 함께 올해의 건강검진도 끝이 났다.
언제까지나 어릴 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병원의 가망고객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