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증명서를 뗄 일이 있어서 주민센터에 갔다.
누구 거를 뗄 거냐 물으셔서 내 것을 뗀다고 했고, 신분증을 달래서 드렸다.
신분증을 받더니 본인 거 떼신다고 하지 않으셨냐며 질문을 하셨다.
응대해 주시는 분이 처음 본 사람이니 낯을 가리고 있기도 했고, 질문도 못 알아들어서, 고개만 갸웃 거리며 빤히 쳐다봤다.
그랬더니 자녀분 꺼 떼시러 온 거세요라고 쐐기를 박았다.
너무 황당했다.
꽤 오랫동안 신분증 검사를 받던 나로서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본인 맞으세요도 아니고 자녀분이냐고 묻다니.
특히 오늘은 꽤 유아틱한 기모 맨투맨을 집어입고 나와서, 충분히 초딩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어느덧 얼굴에 세월이 쓰이기 시작했나보다.
앞으로 쏟아진 긴 머리를 뒤로 휘까닥 재끼면서 그게 전데요라고 했더니 그때부터 그분은 멘붕 그 자체였다.
죄송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자기가 퇴근 직전이라 상태가 안 좋다며 정말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하셨다.
이렇게까지 사과할 일인가 싶어 빵 터졌다.
어쩌다 보니 급 졸업했다.
32에 졸업하는 거면 이른 나이도 아니다.
이만하면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