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출근을 하면 타인이 베푸는 친절을 종종 느낄 수 있다.
월드컵대교를 지나 사무실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엘리베이터의 크기는 자전거가 3대 정도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이다.
A와 같이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 앞에 두 사람이 있다면 엘리베이터를 내려보내고 새로 올라오는 걸 타야 한다.
그럴 때 간혹 어르신들이 순서를 양보해 주시기도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도 문을 잡아줄 테니 먼저 내리라며 손짓을 하신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봤던 글이 있다.
출근길에 엘리베이터를 타서 지하 층을 눌렀더니,
미리 타고 계시던 어르신이 눌러놨던 1층 버튼을 다시 눌러 불을 껐다고 한다.
출근하던 젊은이가 혹시 실수신가 하고 1층을 다시 눌러드렸더니,
어르신이 출근하는 젊은이가 바쁘지 산책하는 늙은이가 바쁘겠냐며 다시 1층 버튼을 끄셨다고 한다.
비슷한 배려를 받은 것이다.
글을 읽고 나서는 잠깐 감동적이었는데 실제로 배려를 받아보니 감동을 넘어서서 하루의 시작이 행복해졌다.
받았을 때 행복했던 배려들을 기억하며 그런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이런 친절들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큰 허들이 하나 있다.
몰상식을 견뎌야 한다.
자전거를 타면 간혹 앞사람이 너무 느리게 간다고 들리게끔 욕을 중얼거리고 가는 사람들이나 (심지어 쌍욕을 고래고래 하는 것도 봄) 보복운전처럼 슬쩍 위협하며 지나가는 등의 일들이 있다.
정속 주행을 하더라도 피해를 입은 양 인상을 찌푸리는 보행자들도 있다.
휴대폰을 하면서 주행하는 따릉이도 정말 많다.
비단 자전거뿐만 아니라, 매사에 인류애를 상실하는 순간을 마주하면,
안 좋은 것들을 굳이 사서 볼 필요가 있나 싶어 아무것도 안 하는 걸 선택하곤 했다.
그랬는데 자전거를 타면서 쌩판 모르는 남의 호의를 주기적으로 받아보니 조금 더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호의를 받는 것도 좋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게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이게 종교에서 말하는 사랑의 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