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4월 06일

당근 라페와 여유

By In DAILY

요즘 물리치료사인 풋살 언니가 일요일마다 집에 와서 A를 치료해 주고 가신다. (나도 꼽사리..ㅎㅎ)
점심쯤 오시기 때문에, 오늘은 이것저것을 조합한 브런치 세트를 만들어 같이 먹었다.
곁들임 반찬으로 낸 당근 라페를 한 젓가락 드시더니, 눈이 동그래지셨다.
당근을 이렇게 해먹으니 맛있다면서, 샌드위치 한입에 라페 한 젓가락을 꼭 같이 드셨다.

어제 온 친구도 당근 라페가 맛있다고 여러 번 말해서 한통 싸줬는데,
언니도 한통 싸드리냐고 물으니 좋다고 하셨다.
헐!
맛있다는 얘기를 또 들으니 기분도 좋고 자신감도 생겼다.

사실 아직 우리가 원하는 맛은 안 나왔다.
이번에 담근 라페가 두 번째 라페였는데, 첫 번째 라페보다는 맛있었지만, 추구하는 맛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나는 당근을 먹을 수는 있어도, 먹기 싫어하는 쪽에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어떤 브런치 카페에서 당근 라페에 반해버린 일이 있었다.
그 이후로 당근이 좋아지기까지 했고, 그 맛을 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었다.
이번에 라페를 나눠주게 되면서 세 번째 라페를 만드는 일정을 땡길 수 있게 됐다.
세 번째는 더 맛있게 만들어야지.

옛날집이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봤다.

냉장고가 작아서 당근 라페를 만들어 먹는 건 사치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먹는 것에 특히 사치스럽기 때문에, 만든다고 가정을 해봤다.
쥐똥만큼 만들었겠지.
그러면 사람들이 먹고 맛있다고 했을 때 냉큼 싸주냐고 물을 수 있었을까?
한 입 거리밖에 안돼서 받는 사람 마음도 불편했을 것이다.
아니다.
일단 집에 오라고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와도 있을 공간이 없기 때문에…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사람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데,
겨우 공간이 바뀌었다고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올 초만 해도 복을 짓는 게 뭔지 몰라서 친절하라는 말인가 갸우뚱했는데,
이제 복 짓고 사는 삶이 어떤 삶인지 조금씩 느낌이 온다.
행복한 일이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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