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물리치료사인 풋살 언니가 일요일마다 집에 와서 A를 치료해 주고 가신다. (나도 꼽사리..ㅎㅎ)
점심쯤 오시기 때문에, 오늘은 이것저것을 조합한 브런치 세트를 만들어 같이 먹었다.
곁들임 반찬으로 낸 당근 라페를 한 젓가락 드시더니, 눈이 동그래지셨다.
당근을 이렇게 해먹으니 맛있다면서, 샌드위치 한입에 라페 한 젓가락을 꼭 같이 드셨다.
어제 온 친구도 당근 라페가 맛있다고 여러 번 말해서 한통 싸줬는데,
언니도 한통 싸드리냐고 물으니 좋다고 하셨다.
헐!
맛있다는 얘기를 또 들으니 기분도 좋고 자신감도 생겼다.
사실 아직 우리가 원하는 맛은 안 나왔다.
이번에 담근 라페가 두 번째 라페였는데, 첫 번째 라페보다는 맛있었지만, 추구하는 맛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나는 당근을 먹을 수는 있어도, 먹기 싫어하는 쪽에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어떤 브런치 카페에서 당근 라페에 반해버린 일이 있었다.
그 이후로 당근이 좋아지기까지 했고, 그 맛을 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었다.
이번에 라페를 나눠주게 되면서 세 번째 라페를 만드는 일정을 땡길 수 있게 됐다.
세 번째는 더 맛있게 만들어야지.
옛날집이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봤다.
냉장고가 작아서 당근 라페를 만들어 먹는 건 사치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먹는 것에 특히 사치스럽기 때문에, 만든다고 가정을 해봤다.
쥐똥만큼 만들었겠지.
그러면 사람들이 먹고 맛있다고 했을 때 냉큼 싸주냐고 물을 수 있었을까?
한 입 거리밖에 안돼서 받는 사람 마음도 불편했을 것이다.
아니다.
일단 집에 오라고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와도 있을 공간이 없기 때문에…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사람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데,
겨우 공간이 바뀌었다고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올 초만 해도 복을 짓는 게 뭔지 몰라서 친절하라는 말인가 갸우뚱했는데,
이제 복 짓고 사는 삶이 어떤 삶인지 조금씩 느낌이 온다.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