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필라테스 수업에서는 지금까지 배운 모든 자세를 한 번에 연달아 해보기로 했다.
1시간 동안 쉼 없이 자세를 취하다 보니 안간힘을 쓰게 됐다.
그러다가 엉덩이 속 근육에 쥐가 났다.
다음으로 수행할 자세는 바닥에 앉아서 다리를 든 채로 뻗어서 벌리기였다.
다리를 들기 위해 엉덩이에 힘을 줬는데 쥐가 나서 다리를 오므릴 수도 뻗을 수도 없는 상태가 됐다.
사정을 모르는 선생님은 집중을 놓치면 안 된다고 다리를 뻗으라며 재촉하셨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소리를 질렀다.
“엉덩이 안쪽에 쥐가 났는데 어떡하죠?”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이 황당했다.
“푸셔야죠.”
그치.
쥐가 났으면 쥐를 풀어야지.
풀면 된다는 대답에 모두 빵 터져버렸다.
머쓱해진 선생님께서 제 대답이 너무 1차원적이었나요?라고 물으셨다.
내 질문은 복합적이었다.
다음 자세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쥐가 나서라는 것도 알리고, 엉덩이 속에 쥐가 나는 게 괜찮은지도 궁금했고, 엉덩이에 쥐가 난다고 다리가 이렇게까지 기능을 못하는 게 맞는 건지, 엉덩이 속에 쥐가 나면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쥐가 난 채로 운동을 진행해도 되는지 등을 한 번에 물어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아무 질문에도 답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선생님께서 본인의 대답이 1차원적이었냐고 되물으실 때 그 말을 곱씹게 됐다.
선생님의 대답은 단순했던 거지 1차원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내 질문들을 관통하는 답변을 주신 것이다.
가만 보면 진리를 관통하는 것들은 단순함으로부터 온다.
생각을 입체적으로 만든답시고 뭉쳐서 얽히게 둘 일이 아니라, 단순하게 쫙 펴둘 줄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래저래 참 좋은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