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언의 힘인가. 맹세를 지켜냈다.
2.
정초부터 시작했던 챌린지가 있다. 단테의 신곡 완독하기. 왜 많고 많은 고전 중에 단테의 신곡인가? 작년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우승 소감으로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이해하기 위해 ‘단테의 신곡’을 외울 만큼 읽었다”고 했다. 신곡을 다 읽고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단테 소나타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3.
마음 먹은날 패기 넘치게 바로 블로그도 썼다. 물론 비공개로. 그래서일까? 27곡까지 읽었는데 블로그는 1곡에 머물러있다.
4.
블로그가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느꼈다. 두 번째 시도로 인스타그램을 택했다. 무려 세 달 동안 매일 읽었다. 막 ‘지옥’도 벗어날 참이었다. 그렇게 ‘연옥’을 눈앞에 두고 지옥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로 남아버렸다. 짧게 변명하자면 현생이 지옥이었다. 비디어스가 중대한 기로에 서있었고 온 정신과 체력을 일에 쏟아부었다.
5.
숨이 꼴딱거리던 서비스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지만 사업을 위한 책, 짧은 단편, 시 등에 우선순위가 밀렸다. 마침 더 글로리 파트 2가 오픈했다. 무지막지한 단테의 신곡에 할애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남아있지 않았다. 변명이 길어진다.
6.
비디어스 리뉴얼도 오늘로서 나의 몫이 끝났다. 다음 프로젝트를 기다리고 있다. 근 한 달 동안 운동을 매일 했고 체력이 조금 늘었는지 서랍 안에 넣어두었던 신곡이 떠올랐다. 지금 아니면 다시 책을 펼칠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다. 다음 프로젝트는 3월의 비디어스와는 다르게 정신적 소모는 적을 것이 분명해서 유지할 자신도 있다(고 말 해본다).
7.
힘들면 잠깐 멈출 수는 있지만 다시 시작하면 되고 또 멈추더라도 언젠가 완성하면 된다. 맹세를 연달아 외치면 촌스러우니 이건 다짐 정도로 해두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