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곧 나다.

배고플 때 배고프다고 말하는 대신 배고프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을 경계한다.
자기 대신 상대가 흐름을 깨주길 원하는.
그런 사람에게 나는 배고프냐고 되묻고 그럴 땐 그냥 배고프다고 말해주는 게 좋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100이면 100, 네가 배고프지 않을까 봐 (나를 배려하느라) 의사를 물어본 건데?라고 한다.
나는 다시 대답한다.
내가 배고프지 않을까 봐 네 배고픈 걸 참지 말라고, 그게 오히려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고.

배려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말 나온 김에 잠깐 얘기해 보자면,
배려를 베풀기 전,
배려가 오롯이 배려로써 존재하는지,
그 상황을 감당하는 내 마음이 불편해서 상대의 마음을 살핀다는 명분으로 내 불편을 해소하는 건 아닌지,
어쩌면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는 아닌지,
고심해야 한다.
잘 하지 못할 거면 차라리 이기적인 게 가장 이타적이게 되는 우스운 꼴이 난다.
배려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런 대화는 사실 배고픈 상황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경우에서 볼 수 있는, 수동적 화법을 구사하는 사람과의 대화 패턴이다.
신기하게도 이런 사람들과는 끝내 멀어진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아마 상대방은 내가 예민해서 같이 지내기 껄끄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그것도 맞다.
하지만.. 누가 나를 배려하는 말을 할 땐 배려가 느껴지기 마련이다.
내가 원하는 바를 남을 통해 이루는 걸 배려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수동적 화법이 습관이 되면 은근한 수동 공격으로 이어지고 모든 말의 주어가 남이 되는 남 탓의 인간이 되어버린다.
수동적 언사에 감명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나 대화법 명심하기 : 발화하는 문장의 주어는 언제나 ‘나’ 일 것.
내가 구사하는 언어가 나를 소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언어의 연금술사일지라도 결국은 말을 통해 품고 있는 생각과 마음이 새어 나온다.

그리고 나의 예민함에 대한 마무리를 하자면,
날 예민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감각들을 섬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사진은 올해 초파일 불국사 초입의 연못이다. 나도 안다. 내공이 쌓이면 이런 것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다음 스테이지가 있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