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경기 직관은 처음이다.
늘 TV로 보는 것만 못하다는 후기에 공감하며 살았는데, 그건 직관을 해보지 않은 나의 위안이었다.
직관과 미디어를 통한 관람은 다른 얘기였다.
직관에서 볼 수 없는=선수들의 표정을 볼 수 있는 영상은 직관과 관계없이 복습으로 또 보는 것이었다.
경기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대기줄에 서 있는 동안, 나는 또 어김없이 길을 잃고 말았다.
분명 같이 간 풋살 언니 동생과 A를 열심히 쫓아가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내 앞으로 치고 들어와서 놓치고 말았다.
풋살 동생은 두리번거리는 내 뒤로 와서, 내 양어깨를 잡고 내가 서 있어야 할 곳으로 데려가 줬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정신을 차리고 있기가 참 어렵다.
응원 도구와 물도 사서 우리 자리를 찾아 들어가는데 구장의 거의 맨 끝 꼭대기 자리였다.
역시 TV로 보는 것만 못한가 잠깐 걱정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멀리에서도 경기 전 몸풀기 운동이 한창인 선수들이 훤히 보였다.
다른 운동 경기도 마찬가지려나?
배구는 운동선수만큼이나 관객들도 움직여야 했다.
예를 들면 옐레나 선수가 서브를 넣기 전, “서브, 에이스, 옐레나!”라는 구호가 있고, 서브를 넣으려고 공을 하늘로 던지면 “오~~~”라고 외치다가 치는 순간 “빠샤!”라고 기합을 같이 넣는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쭈뼛거렸으나 나중에는 거의 응원단장처럼 소리를 질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침 내가 직관한 경기에서 김연경 선수가 속한 흥국생명이 두 번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25점짜리 경기가 듀스를 거듭하며 양 팀이 28점까지 내는 상황이 연출되며 경기장에 있던 모두가 벌떡 일어났다.
디스플레이를 통한 경기는 나의 긴장감이 반사되어 느껴질 뿐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선수들의 아우라와 선수들이 느끼는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올해는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처럼,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것이 많았다.
지금껏 해보지 않은 것들을 해보자고 마음먹고 나서, 내일이 없는 사람인 양 다 저지르고 하나씩 수습해나가고 있는데, 이제는 충분하다고 느낀다.
얼마 남지 않은 23년을 고요하게 보내고 싶어졌다.